김진욱 감독 믿음에 보답한 '풀타임 선발' 임태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4.12 07: 19

두산 임태훈(24)은 오래 전부터 선발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2007년 데뷔와 함께 신인왕을 차지했으나 선발보다는 중간-마무리로만 기용됐다. 2010년 4개월간 붙박이 선발로 고정된 게 선발 경험의 전부였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시즌 시작부터 붙박이 선발로 고정됐다. 투수 출신 김진욱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일찌감치 임태훈을 선발로 못박았다. 데뷔 후 처음 풀타임 선발로 시즌을 보낼 기회를 잡았고, 지난 11일 청주 한화전은 첫 단추를 꿰는 중요한 무대였다.
경기 전 김진욱 감독은 임태훈에 대해 "똑똑해서 자기 관리를 잘하는 선수다. 스스로 몸상태를 조절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수다. 연습 과정에서 충분히 준비를 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주문한 게 있으니 바로 "오버 페이스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오랜만에 등판하게 되면 투수는 긴장도 하고 생각도 많이 한다. 하지만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면 자기도 모르게 오버 페이스 하게 된다. 당장의 한 경기보다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감독은 10일 한화전이 우천 연기되자 이날 선발 이용찬을 뒤로 돌려가며 미리 몸 풀어놓은 임태훈의 등판 날짜를 지켜줬다.
임태훈은 김 감독의 믿음과 배려가 헛되지 않은 호투를 펼쳤다. 6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2회와 6회를 제외한 나머지 4이닝에서 주자를 내보내는 와중에도 실점으로 연결시키지 않는 안정된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줬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4km에 불과했지만, 체인지업과 포크볼에 커브로 타이밍을 뺐었다. 직구(47개)를 중심으로 체인지업(14개) 커브(12개) 슬라이더(9개) 포크볼(3개)을 효과 적절하게 섞어 던졌다.
불펜에서 던질 때처럼 강력한 직구로 정면승부하기보다 변화구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고 유인했다. 삼진 5개 중 3개를 변화구로 잡아냈는데 그것도 체인지업·포크볼·슬라이더로 다양하게 잡아냈다. 다양한 구종을 원하는 곳으로 집어넣으며 힘으로 정면승부하던 불펜 시절과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임태훈도 "스피드보다 제구력 위주로 던지려 했다. 상황에 따라 던진 변화구가 잘 들어가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투구수도 85개로 매우 적절했다. 김진욱 감독은 지난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임태훈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크게 무리 시키지 않았고, 선수 본인도 이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발투수로서 효과적인 투구수 관리로 퀄리티 스타트한 부분도 긍정적인 부분. 이날 임태훈은 21타자 중 16타자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을 만큼 효율적인 피칭을 했다.
김진욱 감독은 "태훈이가 기대이상으로 잘해줘 너무 고맙다"면서도 "시즌 시작부터 꾸준하게 날짜를 지켜가며 로테이션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해야 시즌을 길게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풀타임 선발투수로서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꿴 임태훈이 김진욱 감독이 강조하는 '차세대 토종선발' 선두주자로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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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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