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에이스라고 부르지 말아주세요".
최근 좌완 강윤구(22, 넥센 히어로즈)가 취재진에게 불쑥 말을 건넸다.
'왜 에이스가 싫냐'고 묻자 자신은 아직 에이스가 아니라고 했다. 2010년 9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우여곡절 끝에 마운드로 돌아온 강윤구는 스스로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강윤구는 이미 누가 뭐라 해도 넥센의 미래를 책임질 토종 에이스였다. 그는 지난 11일 목동 SK전에서 6⅔이닝 동안 4피안타(1홈런) 13탈삼진 2볼넷 4실점 하며 패전투수가 됐지만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종전 8탈삼진)을 깨며 탈삼진쇼를 펼쳤다.
최고 146km의 직구와 슬라이더, 서클 체인지업을 섞어 SK 타자들을 상대한 강윤구는 특히 4회 중심타선인 안치용과 박정권, 조인성을 9개의 공으로 모두 '3구 삼진' 처리하는 무서운 모습을 보였다. 다니엘 리오스(2007년), 금민철(2009)에 이어 역대 3번째 9구 한 이닝 3탈삼진 기록이었다.
그러나 강윤구는 한 이닝도 빠짐없이 삼진을 잡으면서도 2회 2사 1,2루에서 박진만에게 좌월 스리런을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준 뒤 7회 2사 3루에서 다시 박진만에게 적시 3루타를 허용해 4실점으로 기록했다. 팀이 1-5로 패해 홈 개막전 패전투수가 됐다.
아쉬움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위력적인 모습이었다. 김시진(54) 넥센 감독도 경기 후 "강윤구는 기대대로 호투해줬다"고 칭찬했다. 넥센 전력분석원은 "구위 자체는 매우 좋았다. 단지 박진만의 스윙 리듬과 강윤구의 피칭이 잘 맞아떨어지는 듯 했다"고 평가했다. 강윤구와 박진만은 이날 처음 맞대결을 펼쳤다.
4회 3구 삼진을 잡은 공들은 직구와 슬라이더였다. 강윤구는 경기 후 "직구가 잘들어가 변화구도 같이 통한 것 같다. 몸쪽 제구가 잘 됐다"고 말했다. 전력분석원도 "윤구가 직구 자체도 바깥쪽으로 빠지는 유인구로 잘 활용하면서 SK 타자들이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윤구는 "3구 삼진은 나중에 알았다.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탈삼진에 대한 욕심은 없다. 투수라면 점수를 주지 않아야 한다"며 자신에 대해 여전히 엄격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5일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김시진 감독에게 20승을 올릴 것 같은 후배들을 말해달라고 하자 김 감독은 주저없이 강윤구와 문성현을 꼽았다. "우리 팀이라서가 아니라 앞으로 2~3년 안에 크게 성장할 선수들"이라고 했다.
특히 강윤구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후 재활이 무사히 끝났다는 점이 플러스 요인이다. 지난 2010년 9월 수술을 받은 그는 지난해 9월 1년 만에 복귀해 3승1패를 거두며 성공적인 재활을 알렸다. 그리고 수술 후 풀타임 선발 첫 경기였던 11일 완벽에 가까운 제구로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다만 흔들리면 제구력이 바로 떨어지는 점은 보완해야 한다. 이날도 두 이닝 모두 스트레이트 볼넷이 나온 다음 박진만의 적시타가 터졌다. 마침 이날 김 감독은 경기 전 이런 이야기를 했다. "투수가 좋을 때 잘 던지는 것은 잘하는 게 아니다. 안 좋을 때 얼마나 꾸준한 성적을 내주느냐가 능력이다". 강윤구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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