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분기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영화 '건축학개론'(이용주 감독)의 최고 수혜자는 이 작품으로 스크린 데뷔식을 치른 수지(미쓰에이)라고 할 수 있다. 걸그룹 멤버에서 영화배우로 성장하기까지, 시간은 남들보다 배는 빨랐지만 나름 인내와 오기를 요하는 힘들다면 힘든 시간을 거친 그다.
'첫 (영화) 작품에서 흥행 배우가 됐다'라고 하자 '에이~'라 말하면서 쑥스러운 듯 웃는 수지에게는 아직 사춘기를 갓 넘긴듯한 고등학생 소녀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타임머신 대신 필름을 타고 90년대 대학생으로 여행을 떠났던 21세기 걸그룹 소녀는 영화 속 그녀와 얼만큼 닮고 달랐을까?
- 영화가 200만(9일) 관객을 넘겼다. 소감이 어떤가?

▲ 미쓰에이 활동 때문에 태국에서 방금 와서 몰랐는데, 엄마가 200만 돌파됐다고 카톡에 써놓으셔서 알았다. 기쁘다. 엄마는 한 열 번은 넘게 보신 것 같다.
- '건축학개론' 이후 달라진 점은?
▲트위터 맨션에 '누나 누나' 하는 게 많았는데 이제는 '수지야'라고 부르는 삼촌팬분들이 더 많아졌다. 첫사랑이 생각 났다며 장문의 글을 쓰신 분도 있다.
- '첫사랑의 아이콘'이라 불리는데 기분이 어떤가?
▲ 기분은 물론 좋다. 해해. 그런데 커플들이 같이 가서 영화를 보면 싸운다더라. 음..그러면 같이 가서 따로 보면 안되려나(웃음, 4차원 면모).
- 이런 큰 반을을 예상했나?
▲ 예상 못했다. 그냥 멜로이고, 느낌이 소박하고 잔잔하고, 소소한 내용이라 좋았는데 흥행까지 될 줄은 몰랐다. 나도 그런 장르를 좋아하고 사람들도 이 이야기를 좋아하겠다, 그냥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런데 납뜩이(조정석)가 그렇게 웃길 줄은 몰랐다.
- 90년대 얘기라 이해가 안되는 게 무엇이었나?
▲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는 96년도 얘기라 이해안 가는 부분이 더러 있었고, 연기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삼촌들은 공감할 테지만 나로서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구체적으로?) 대학 수업에서 '정조?' '정약용?' 이렇게 대답하는 게 잘 이해가 안 됐다. 연기할 때 물어볼까 하다가 모르는 채 연기하는 게 더 맞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 그냥 했고, 다른 모르는 것들은 조금씩 묻고 이해하면서 연기했다.
- 강남선배를 동경하고 좋아하는 서연의 마음은 이해되던가?
▲ 광주출신이라 개포동도 처음 들어봤고 강남과 강북, 어디가 좋네 이런 것들을 하나도 모른다. 여자들이 '강남 선배'라고 좋아하는 것은 이해안 됐다. 뭔지 모르겠다. 그냥 영화 속 강남오빠는 굉장히 멋있어서 보기만 해도 떨리는 그런 선배오빠같은 느낌 일 거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멋있는 선배보는 느낌 있지 않나. 1학년생이 키 큰 3학년 오빠 볼 때의 마음과 비슷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 실제로 강남선배와 승민 중에 남자친구를 고른다면?
▲ 당연히 편한 승민. (그렇다면 대학에 가면 승민같은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나?) 에이. 그건 아니다. 답답해서 싫다(웃음).
- 이용주 감독이 본인에게 요구한 것은?
▲ 군인같이 하지 말고 너답게 하라고 하셨다. 서연이랑 나랑 닮은 부분이 많았는데 그것을 그대로 영화에 담을 수 있도록 하게끔 하라고. 그래서 내 말투로 연기 해야했다. 최대한 자연스러워야 했기 때문이다. 너무 다른 모습이면 보시는 분들이 불편해 할수도 있으니, 최대한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노력했다.
- '드림하이'에서부터 본인의 말투가 대사 속에 그대로 드러나는데, 시크한 편이다
▲ 애교있는 말투는 아니다. 주위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더라.
- 영화 속 서연이는 어떤 여자일까?
▲ 굉장히 매력있는 애라고 생각했다. 승민이가 안 반할 수 없는 여자. (실제 수지 양도 그렇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나?) 전혀!
- 영화 속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 특별한 장면은 아닌데, 처음에 정릉 공원에서 서연과 승민이 처음으로 얘기를 나누는 장면. 승민에게 몇 학년이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마음이 든다.
-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을 것 같다.
▲ 사실 연기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KBS 2TV '드림하이' 끝나고 너무 아쉽고 '잘할 수 있었는데'란 생각에 커지면서 나 자신한테 화가 나더라. 그래서 오기와 욕심이 생겼다. 아직 연기가 너무 하고 싶거나 재미있고 그런 적은 없다. 다만 '더 잘할 수 있는데' 계속 이런 생각이다. 계속 잘하고 싶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 (한참 생각하다가) 광주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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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