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의 진가는 한국프로야구 데뷔전부터 입증됐다.
한화 박찬호(39)가 우리나이 불혹의 투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호투로 개막 3연패에 빠진 팀을 구해냈다. 박찬호는 12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두산과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막고 8-2 완승을 이끌었다. 한국프로야구 데뷔전부터 무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포효했다.
▲ 1회 고비 실점없이 넘겼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몸이 늦게 풀리는 스타일이었다. 1회가 늘 고비였다. 이날 경기도 다르지 않았다. 데뷔전이라는 긴장감과 개막 3연패에 빠진 팀을 구해야 한다는 부담감인지 1회 시작과 함께 1번타자 이종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이후 정수빈을 1루 땅볼로 솎아낸 뒤 선행주자 이종욱을 아웃시킨 박찬호는 김현수 타석에서 2루 도루를 허용하고 그 과정에서 포수 신경현의 송구 실책까지 더해져 1사 3루 위기를 맞았다. 개막 3연패로 흔들리고 있는 팀에서 선취점을 허용하면 쫓길 가능성이 높은 상황.
하지만 김현수를 몸쪽 꽉 차는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한 박찬호는 김동주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최준석을 유격수 땅볼로 잘 유도해 위기를 넘겼다. 1회 투구수 21개 중 스트라이크가 8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제구가 되지 않았지만 결정적 순간 흔들리지 고비를 넘긴 게 호투의 발판이 됐다.
▲ 철저한 땅볼 유도 통했다
메이저리그 시절 박찬호는 땅볼-뜬공 비율이 1.18로 전형적인 플라이볼 투수였다. 홈에서 중앙 펜스까지 거리가 110m에 불과한 청주구장에서 투수는 홈런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두산 김현수도 "청주구장이기 때문에 타자들에게는 득이 될 것이고, 찬호선배에게는 실이 될 것이다. 구장이 작아 신경이 많이 쓰이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좀처럼 외야 쪽 타구를 맞지 않았다. 이날 박찬호가 잡은 아웃카운트 19개 중 땅볼이 11개, 삼진이 5개, 뜬공이 3개였다. 뜬공 3개 중 하나는 내야 플라이. 내야 땅볼이 외야 뜬공보다 무려 9개나 많을 만큼 철저한 땅볼 유도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안타도 장타없이 라이너성에 그라운드 볼로 나온 것. 낮은 코스를 잘 공략한 것이 통했다.
박찬호가 땅볼을 많이 유도할 수 있었던 데에는 투심 패스트볼의 영향이 컸다. 우타자 기준 몸쪽으로 살짝 휘는 변종 직구의 계열로 이날 직구(28개)·투심(20개) 구사비율이 비슷했다. 직구 최고 구속 149km에 투심 최고 구속도 144km. 여기에 최고 138km가 나온 슬라이더도 컷패스트볼에 가까운 짧고 빠르게 꺾이며 타자들의 숱한 그라운드볼을 유도했다.
한화 수비수들도 지난 3경기와 달리 안정감 있는 수비로 박찬호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3루수 이여상이 4개를 처리한 가운데 유격수 이대수가 3개, 2루수 한상훈과 1루수 김태균이 1개 그리고 박찬호가 직접 땅볼 2개를 직접 실수없이 처리했다. 박찬호가 호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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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