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를 유도하다, 박찬호의 노련미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13 10: 40

첫 회는 시범경기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직구 구위가 바탕되며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올 수 있는 코스로 공을 제구하면서 호투가 이어졌다. ‘원조 코리안 특급’ 박찬호(39. 한화 이글스)가 노련한 쾌투로 팀의 시즌 첫 승을 제 손으로 일궈냈다.
박찬호는 지난 12일 청주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역투하며 팀의 8-2 승리와 함께 한국 프로야구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직구 최고 구속은 무려 149km. 날이 쌀쌀한 4월 중순인데도 150km에 가까운 강속구로 위력을 떨쳤다.
사실 1회 박찬호의 투구는 불안했다. 선두타자 이종욱에게 직구 4개를 던졌으나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박찬호는 정수빈을 상대로 2구째 바깥쪽 직구로 이날 경기 첫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3구째 커터로 1루 땅볼을 유도했다. 선행주자 이종욱을 먼저 잡았으나 타자주자 정수빈이 살았다. 

이어 3경기 만에 선발 라인업에 복귀한 김현수와 대결한 박찬호. 3구째 승부에서 1루 주자 정수빈이 2루 도루를 시도했고 한화 포수 신경현의 송구가 내야수 뒤로 빠졌다. 그 사이 정수빈이 3루까지 달리며 1사 3루. 그러나 김현수를 5구째 몸쪽 투심으로 루킹 삼진 처리하며 한숨 돌리는데 성공했다.
김동주를 볼넷으로 내보내 2사 1·3루가 된 박찬호는 최준석을 바깥쪽 살짝 꺾이는 커터로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1회를 실점 없이 잘 넘어갔다. 그러나 볼넷 두 개를 내준 점은 “너무 잘 던지려다가 빠지는 공이 속출했다”라는 한대화 감독의 시범경기 평을 연상케했다.
2회부터 박찬호의 투구 패턴은 달라졌다. 밖으로 빠지는 체인지업과 커브보다 포심 외에도 투심, 컷 패스트볼이 떨어지는 궤적마저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쪽으로 패턴을 바꿨다. 직구 빠르기가 기본적으로 갖춰진 만큼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타이밍이 늦게 나왔고 이는 그대로 적중했다. 3회 3구 삼자범퇴 및 4회 김현수, 김동주가 연속 투수 앞 땅볼로 일축당한 데는 박찬호의 과감하고도 노련한 투구가 빛을 발한 순간이다. 시즌 초 두산 타자들이 ‘다른 팀보다 대체로 배트 스피드가 늦은 편이다’라는 평을 받고 있던 만큼 박찬호의 구종 선택 변경은 탁월했다.
경기 후 박찬호는 “1회 첫 타석에 긴장했는지 볼넷을 내줬다. 1회 투구수가 많았지만 4회 공 3개로 이닝을 마친 후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타자들이 정교하기 때문에 제구력이 더 신경 썼다. 특히 컷 패스트볼의 제구가 좋았다. 첫 이닝 볼넷 2개를 빼면 만족스러웠다"라며 컨트롤에 의미를 뒀다. 땅볼 유도형 구질을 스트라이크 존에 적극적으로 꽂아 넣으면서 박찬호 본연의 투구가 나온 셈이다. 
그와 함께 박찬호는 “연패 뒤에 좋은 경기를 했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 팀에 좋은 원동력이 될 것이다. 11일 경기가 끝난 뒤 내 등판일(12일)을 위해 모든 선수들이 결의했다. 나를 위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한마디씩 해주며 용기를 줬다”라며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팀 플레이어로서 책임감을 발휘해 승리를 거뒀음을 자평하며 만족스러워한 박찬호다.
타자가 덤벼들 수 있을 것 같은 공을 던져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12일 선발승을 통해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투수로는 유일하게 모든 리그에서 선발승을 거두는 기록을 더 한 박찬호. 이미 오래 전부터 야구 유망주들의 우상이었던 그가 앞으로도 쾌투로 독수리의 비상을 이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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