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할은 쳐야 할 것 같다".
한화 4번타자 김태균(30)은 시즌 초반부터 괴물 같은 타격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개막 후 4경기 연속 멀티히트. 특히 지난 12일 청주 두산전에서는 4타수 4안타로 폭발했다. 어느덧 4경기에서 16타수 10안타 타율 6할2푼5리 5타점. '정말 너무 잘 친다'는 찬사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정작 김태균 본인은 불만이다. 오히려 "8~9할은 쳐야 한다"고 말한다.
김태균은 "공이 맞아가는 감 자체는 괜찮은데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 공이 뜨면 멀리 날아갈텐데 땅으로만 날아간다.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태균은 안타 10개 중 장타는 2루타 2개가 전부. 아직 시원한 홈런이 터지지 않고 있다. 김태균 뿐만 아니라 한화 팀 자체가 개막 후 4경기에서 아직 홈런이 없다. 8개 구단 중 유일하다.

4번타자로서 홈런에 대한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김태균은 "지금 1kg 배트를 쓰고 있다. 타구에 힘을 싣기 위해 쓰고 있는데 효과가 없다. 오히려 이것 때문에 장타가 나오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공이 잘 뜨지 않으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원래 초반에는 1kg으로 쓰면서 5~6월부터 960g으로 썼는데 지금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며 홈런 고민을 드러냈다.
한대화 감독도 "태균이는 지금 잘하고 있다. 타구의 질도 좋다. 감은 참 좋아 보이는데 힘이 조금 실리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의 좋은 감각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홈런에 대한 고민은 끝없는 안타 욕심으로 이어졌다. 결국 안타를 많이 쳐야 그 중 홈런이 걸려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지금 타율이 5할밖에 되지 않는다"는 농담으로 "적어도 타율 8~9할은 쳐야 그 중 홈런 2~3개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일본 야구와 비교할 때 스트라이크존에서도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 이긴다. 내 멘탈이 원래 약하지만 이겨내겠다"는 농담 섞인 이야기로 홈런에 대한 열망을 나타냈다.
물론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다. 김태균은 "(최)진행이와 70홈런을 합작하기로 약속했다. 진행이가 40개는 칠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긴 뒤 "성호형까지 가세하면 셋이서 홈런 100개는 충분히 칠 수 있을 것이다. 우리팀은 한 번 터지면 정말 살벌하게 터지지 않은가"라며 빙그레 시절부터 이어진 다이너마이트 타선에 강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내 앞에 주자가 있건 없건 내가 많이 나가 찬스를 만들면 뒤에서 진행이가 해결해줄 것이다. 진행이는 찬스에 강한 타자"라며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최진행은 개막 후 타율 1할4푼3리로 주춤하고 있는데 김태균은 후배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통해 용기를 북돋아줬다.
12일 경기에서 김태균은 홈런이 없었지만 4회말에는 좌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대형 2루타를 터뜨렸다. 조금씩 타구를 띄우기 시작한 만큼 조만간 김태균의 시원한 홈런을 볼 날이 머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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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