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김인식인가.
선동렬 KIA 감독과 류중일 삼성 감독은 나란히 내년 3월 열리는 제 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의 사령탑으로 김인식 현 대표팀 기술위원장을 추천했다. 추천이라기 보다는 옹립이라고 보는게 훨씬 정확하다. 두 감독의 적극적인 지지는 한 가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현장 감독 부임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전임 감독제를 도입하라는 것이다. 왜 두 감독은 대표팀의 전임 감독제가 필요하고 김인식 감독을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현장 감독들의 현실

지난 2009년 제 2회 WBC 사령탑 선정을 놓고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김경문 감독이 1순위였다. 당시 KBO측은 김경문 감독에게 수락을 요청했다. 그러나 본인의 고사로 실패했다. 2년 연속 스프링캠프를 비울 수 없다는 이유였다. 김경문 감독의 말은 이유가 있었다. 감독의 존재 유무에 따라 전지훈련 분위기와 훈련의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감독들이 없으면 선수들과 코치들이 편해진다. 그렇다면 나태해지고 훈련의 성과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직접 선수들의 기량을 지켜보지 못한 감독으로서는 전력 구성에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국제대회에서 피말리는 싸움을 하고 돌아오면 심신도 극도로 피로해진다. 그러면서도 당장 팬들과 자신을 위해 팀 성적을 내야한다. 자신의 목숨줄은 대표팀 성적이 아니라 팀 성적에 따라 갈린다. 이 때문에 감독들은 캠프 도중 장기간 팀을 비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부의 전임 감독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인식의 손해
1회 대회에 이어 어거지로 지휘봉을 잡은 김인식 감독에게 2009년 WBC 대회는 위대한 여정이었다. 현장 감독들이 감독직은 물론 코치진 합류도 고사하는 바람에 야인 코치들을 위주로 코치진을 꾸렸다. 약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예선리그와 본선리그에서 승승장구했고 결승전까지 올라갔다. 일본과의 5번째 경기인 결승전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고 아쉽게 패했다. 그러나 준우승 쾌거였다. 김인식 감독은 국민감독으로 승격했다.
WBC 준우승의 여운이 가시고 시즌이 시작했다. 김인식의 한화는 추락을 거듭했고 시즌 최하위로 마감했다. 시즌을 마치자마자 김인식 감독은 지휘봉을 놓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한화의 성적 부진의 이유가 WBC 공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김 감독은 손해를 본 셈이었지만 아무도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김인식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4강과 준우승을 따낸 실적을 봐서도 중책을 맡아야 된다는 것이다.
▲김성근 부임 가능성은?
2009년 WBC 사령탑 선정 당시 김성근 SK 감독도 후보였다. 2007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었고 2008시즌도 리그 1위를 질주했다. 김경문 감독이 고사를 했는데도 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맡지 못했다. KBO 수뇌진과의 갈등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김성근 감독이 공개적으로 지휘봉을 잡지 않겠다고 밝혔고 결국 김인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작년 시즌 도중 김성근 감독은 SK를 떠나 야인으로 돌아갔다. 그는 수 십 년의 지도자 인생에서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지 못했다. 코치가 유일한 대표팀 경력이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우승을 하는 일도 남은 꿈일 수도 있다. 그는 독립리그 고양 원더스 지휘봉을 잡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과연 그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수 있을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