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코4가 발견한 디자이너들①] 정지은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2.04.13 08: 52

모든 서바이벌의 스포트라이트는 ‘마지막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주변의 그늘이 있기에 빛나는 것.
온스타일의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4(이하 프런코4)’ 또한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OSEN은 우승자 발표를 앞두고 첫 번째 탈락자부터 마지막 우승자까지를 모두 만나보는 ‘프런코4 릴레이 인터뷰’를 내놓는다. 탈락자라고 해서 남은 사람들보다 결코 ‘못한 사람’이 아님을, 그들의 꿈을 담은 스케치와 함께 선보인다.  
 
“요즘은 모자도 못 쓰고 다녀요.”
방송의 힘은 컸다. 불과 2회에만 얼굴을 내밀었지만, ‘프런코4’의 첫 탈락자인 디자이너 정지은에게 생긴 변화다. 짧은 머리카락에 헌팅캡을 쓰고 보이시한 스타일로만 등장했던지라, 인터뷰를 할 때도 비슷할 줄 알았지만 오산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정지은은 ‘페미닌’ 스타일의 전형이었고, 사진촬영 때는 미리 준비한 하이힐로 갈아신는 센스까지 보여줬다.
“사실 첫 탈락자여서 좀 부끄럽기도 했어요. 게다가 제가 최고령 참가자였거든요. 나이도 많은데 가장 먼저 떨어지고...그래서 혹시 알아볼까 봐서(웃음).”
1980년생인 정지은은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유난히 젊은 참가자가 많은 ‘프런코4’에서 최고령이었다. “하지만 같이 출전한 친구들하고는 지금도 ‘패밀리’처럼 잘 지내요. 오늘도 만나기로 했어요.”
짧은 방송 출연에선 별로 보여주지 못한 정지은은 과연 어떤 디자이너일까. ‘첫 탈락자’라는 말의 느낌이 주는 패배감이나 우울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진부한 디자인'이 돼버린 이유
걸그룹 원더걸스의 무대 의상 제작 미션이 주어졌던 ‘프런코4’ 2회에서 정지은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진부하고 눈에 띄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굴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평가지만, 정지은은 “나이 많은 언니가 어린 친구들에게 양보한다는 느낌이었다”고 쿨하게 반응했다.
“스트레스가 정말 심했어요. 최고령 출전자라는 압박감에다, 방송 전날까지 정말 힘들게 일을 하고 가서 컨디션도 나빴거든요. 그리고 1회에서 5명을 떨어뜨린 것도 충격이었고요. 서바이벌이 너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죠. 탈락했을 때는 오히려 괜찮다 싶었어요.”
자신을 탈락시킨 디자인은 본인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좀 후회했어요. 제가 워낙 묻혀 있길 좋아하고 남에게 피해 주길 싫어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팀 미션에서도 너무 여기저기 끌려다니고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선보이지 못했어요.”
탈락 뒤 ‘프런코4’ PD로부터는 “첫 탈락자가 나가서는 오히려 잘 된다”는 덕담을 들었다.
“좀 창피하긴 했지만 그 말씀 듣고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그리고 얻은 건 많아요. 전엔 없었던 ‘인맥’이 생겼거든요. 같이 출연했던 아이들과는 지금도 정말 절친하게 지내면서 자주 뭉쳐서, 아주 든든해요.”
 
▲사람들에게 맞춰가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묻혀 있길 좋아하는’ 성격 탓에 결국 차별화를 주지 못해 탈락했지만, 정지은은 자신의 그런 면이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디자이너는 내가 입을 옷이 아니라, 입는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해요. 저는 사람들에게 맞춰가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주변 이야기도 늘 주의깊게 듣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디자인에 적극 반영하려고 해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개성을 중시해서 옷을 만드는 방식과 비교해서 장단점은 있겠지만요.”
사실 ‘프런코4’의 팀 미션 때도 정지은이 포함된 팀은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개개인끼리 충돌도 없고 팀워크는 최고였어요. 그런데, 남들이 뭐라 하지도 않는데 제 마음은 좀 힘들었어요. 어떻게든 다른 사람에게 맞춰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요. 그런 고민을 하다 보니 원하는 디자인이 나오지 않고, 나중에는 자포자기해서 하기 싫은 마음까지 들더군요. 저에게 서바이벌 디자인은 맞지 않았나봐요.”
평소 정지은은 혼자 음악을 들으면서 방에 틀어박혀서 주로 디자인을 한다.
“스트레스를 받아 사람을 만나기가 싫어졌을 때 오히려 창작이 잘 돼요. 혼자서 끄적끄적하는 게 전부 작품이 되죠. 의상의 실루엣보다는 패턴에 더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얼른 들어도 서바이벌과는 그다지 친해 보이지 않는다.
▲고가의 여성복부터 아기 옷까지, 기대하세요
정지은은 이미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디자이너다. ‘프런코4’에서 우승자 혜택 중 하나로 내건 ‘서울시 패션창작 스튜디오 입주’를 이미 했다.
서바이벌에서는 탈락자이지만 사실은 이미 어엿한 사업가인 것. 자신의 성에서 따온 브랜드 이름 ‘유니정’이 있고, 고가 여성복 라인인 ‘유니정 바이 지앤’과 아기 옷 라인인 ‘유니정 베베’를 준비중이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고 옷 만드는 게 행복했어요. 힘들어도 이 일만은 참을 수 있더군요. 대학 2학년 때부터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사업에 필요한 중국어와 웹마스터 과정 등을 배우고 2008년도부터 시작했어요. 이걸로 뭔가 할 수 있다는 확실한 꿈이 있어요.”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유니정’의 상품들은 천연염색과 자연을 모티브로 한 패턴이 주무기다. 지금은 백화점 내 편집샵에서 위탁판매를 통해 팔리고 있다.
앞으로 만들 ‘유니정 베베’ 또한 합리적인 가격에 아토피 피부에도 문제없는 천연염색 의류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정지은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정식 매장을 낼까 고민 중”이라며 웃었다.
 
Tip. 그들이 말하는 올해의 'It style' 스케치
“당분간은 비비드 컬러가 최고의 트렌드가 아닐까 해요. 그리고 그냥 면보다는 하늘하늘한 소재가 인기일 것 같고요. 하지만 그런 소재가 색깔까지 화려한 건 부담스럽죠. 프린트로 포인트만 주고, 메인은 화이트 색상으로 날씬해 보이는 핏을 연출하면 좋을 것 같아요. 스타일은 기본을 지키되, 포인트만 화려하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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