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순이 타순 아닌가. 이대호가 해 줬으면 했다".
개막 후 연속경기 무홈런에 목말랐던 오릭스 버펄로스의 해결사는 T-오카다(24)였다. T-오카다는 12일 QVC 마린필드에서 벌어진 지바 롯데 마린스와의 경기에서 9회 3-1로 달아나는 솔로포를 터트렸다. 올 시즌 오릭스의 팀 첫 홈런포이자 개막후 10경기 연속 무홈런 기록을 종결짓는 귀중한 한 방이었다.
오릭스는 양대리그 출범 후 연속경기 무홈런 신기록을 경신하는 불명예스런 기록에 시달리고 있었다. 참고로 구단 역사상 연속경기 무홈런 기록은 오릭스의 전신인 한큐 브레이브스 시절인 1946년 세웠던 개막후 21경기다.

올 시즌 6번 타자로 출전하고 있는 T-오카다는 12일 현재 타율 3할3푼3리 1홈런 4타점 5득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타율과 득점은 팀 내 1위이고 타점은 아롬 발디리스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절정의 타격 감각을 뽐내던 T-오카다는 기어이 팀 내 첫 홈런까지 쏘아 올리며 이대호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2010년 33홈런으로 홈런왕에 올랐던 T-오카다는 지난해에도 극심한 투고타저 속에서 16홈런 85타점으로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렇지만 올 시즌 이대호와 다카하시 신지의 영입으로 T-오카다는 6번 자리까지 밀려났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맹타를 휘두르며 끊임없이 4번타자 자리를 되찾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오릭스는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이대호를, 요미우리 자이언츠로부터 다카하시 신지를 데려오며 중심타선 보강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까지 두 선수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4번 이대호는 장타없이 타율 2할2푼 3타점 2득점에 그치고 있고 5번 다카하시는 타율 2할5리 3타점으로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가운데 T-오카다의 활약으로 오릭스 타순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형국이다.
일본 스포츠 전문지인 는 T-오카다의 소감을 비중있게 전하며 오릭스 중심타선 변화를 조심스럽게 점쳤다. 신문에 따르면 T-오카다는 경기가 끝난 뒤 "전혀 홈런을 의식하지 않았다. 6번 타순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대호나 다카하시 신지가 쳐 줬으면 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팀원에 대한 믿음이기도 했지만 6번으로 밀린것에 대한 오기를 엿볼 수 있는 발언이었다.
또한 신문은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을 두고 '이대호 영입으로 T-오카다를 4번에서 제외한'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여 이대호에 대한 무언의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오카다 감독은 팀 첫 홈런포에 대해 "홈런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하면서도 "(T-오카다가) 이제 홈런 1개 쳤다고 믿을수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T-오카다의 홈런포는 이대호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막 후 연속경기 무홈런이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행진 속에 이대호는 4번 타자로서 많은 압박을 받아온게 사실이다. 일단 첫 홈런포가 나왔으니 이제 기록에 대한 부담없이 타석에 임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무장타가 장기화되면 4번 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생길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이대호의 마수걸이포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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