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의 롯데전 승리, 1년 주기 데자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14 09: 18

우연의 일치인가. 딱 1년 만에 똑같은 장소와 똑같은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게다가 팀도 사직 원정 4연패를 끊는 승리였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1)가 1년 주기로 짜 맞춘 듯 또다시 롯데 자이언츠 타선을 꽁꽁 묶었다.
니퍼트는 지난 13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로 나서 9이닝 동안 108개의 공을 던지며 사사구 없이 4피안타(1피홈런, 탈삼진 6개)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올린 동시에 8개 구단 투수 중 가장 먼저 무사사구 완투승에 성공했다. 팀은 6-1로 완승을 거두며 지난해 7월 29일부터 이어졌던 사직구장 4연패 수렁에서 벗어나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꼭 1년 전이던 2011년 4월 13일에도 니퍼트는 사직구장 마운드에 올라 롯데 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113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탈삼진 7개, 사사구 3개) 2실점(1자책) 호투로 승리했던 바 있다. 이날 승리는 니퍼트의 시즌 3승 째이자 그가 한국 땅을 밟은 이래 처음으로 거둔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 승리였다. 팀도 2010년 8월 20일부터 이어졌던 사직구장 4연패를 끊었다.

투구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년 전 김경문 전 감독은 니퍼트의 등판 전 “아직은 페이스를 올리는 시점이다. 구위를 찬찬히 살펴보며 한계 투구수를 살핀 뒤 강판 시점을 결정하겠다”라고 밝혔다. 당시 김경문 감독이 생각했던 니퍼트의 한계 투구이닝 및 투구수는 6이닝 100구였다.
그러나 니퍼트는 203cm의 장신에서 나오는 높은 타점을 바탕으로 롯데 타선을 요리했다. 최고 구속도 151km에 달했으며 강판 직전까지도 145km 이상의 직구를 꾸준히 던지며 활약했다. 2010년 켈빈 히메네스(라쿠텐)처럼 서서히 니퍼트의 한계 투구수를 올려 주려던 김경문 감독은 이날 경기를 기점으로 니퍼트에게 확실히 경기를 맡기기 시작했다.
2012년 4월 13일 경기 전에도 김진욱 감독은 니퍼트가 완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지난 7일 잠실 넥센 개막전서 5회 들어서며 구위가 뚝 떨어졌던 니퍼트를 감안, “경기 내용과 니퍼트의 투구수, 볼 끝을 고려해 강판 시점을 결정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두산은 5회 도중 좌완 이혜천을 불펜에 대기시켜 갑작스레 찾아올 지 모르는 니퍼트의 구위 저하 시점에 대비했다. 7일 넥센전서 니퍼트는 65구가 넘어가면서 구위가 뚝 떨어진 바 있다.
이는 기우였다. 이날 최고 150km의 직구를 선보인 니퍼트는 9회에도 145km의 공을 던지며 롯데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1년 전에도 롯데 타자들은 “공이 묵직한 데 높은 코스가 좀 더 많아 막상 날아들면 스윙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게 뻗어나가지 못하더라”라며 갸우뚱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워낙 타점이 높아 높은 공 빈도가 상대적으로 많은 니퍼트의 공에 공격적 성향인 롯데 타자들이 그대로 반응했다가 범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점이라면 1년 전 니퍼트가 7이닝 2실점(1자책) 투구로 선발승을 거뒀고 3연승 무패 행진 중이었다면 이번에는 개막전 패배 후 절치부심하며 준비했던 경기를 시즌 첫 승과 첫 완투승으로 연결했다는 점. 니퍼트는 초반 변화구를 시험하다 중반 이후 투구 패턴을 단순화했던 1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경기 중반부터 몸쪽 체인지업과 커브를 간간이 섞어 던지며 자신이 좀 더 한국 타자들에 적응했음을 증명했다.
“경기 초반 밸런스가 맞지 않아 직구 위주 투구를 펼쳤는데 시간이 갈수록 나아져 변화구 빈도를 높였다. 야수들이 좋은 수비를 펼쳐준 덕택에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라며 시즌 첫 승과 완투승 소감을 이야기한 니퍼트. 1년 주기 데자뷰 호투로 에이스 자존심을 지킨 니퍼트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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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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