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첫 안타' SK 김재현, 강한 인상 남긴 첫 기록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2.04.14 06: 20

"어우 빠르네, 빨라".
지난 1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SK가 3-1로 앞선 7회였다. 2사 후 이호준이 넥센 선발 강윤구에게서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강윤구는 이호준에게 볼넷을 내주기 전까지 6⅔이닝 동안 3피안타 13탈삼진 1볼넷 3실점으로 탈삼진쇼를 펼치고 있었다. 강윤구는 역대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경신하며 호투 중이었다.

이호준의 대주자로 나선 SK 외야수 김재현(25)은 2아웃이었음에도 거침없이 뛰었다. 투수 견제에도 2루를 훔치더니 2구째 볼에 다시 3루까지 내달렸다. 기자실에서는 "빠르다"라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김재현은 다음 타자 박진만의 좌월 적시 3루타 때 홈을 밟아 쐐기 득점을 올렸다. 강윤구는 13탈삼진을 잡고도 4실점으로 바로 강판됐다.
놀랍게도 이것은 김재현의 데뷔 후 1군 무대 첫 도루였다. 원주고를 졸업하고 2006년 SK에 5라운드 전체 36순위로 입단한 김재현은 2007년과 2008년을 통틀어 5경기 2타수 무안타 2득점의 기록을 남긴 뒤 2010년 공익으로 입대해 지난해 3월 제대했다. 이후 1군에서 뛰지 못했으나 이만수 감독의 눈에 들어 올해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날 도루는 김재현의 프로 인생에 있어 시작점에 불과했다. 김재현은 이날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0-0으로 팽팽히 맞선 9회 이호준의 대주자로 교체된 뒤 10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김재현은 초구 볼을 거른 뒤 2구째 슬라이더를 당겨쳐 우익수 뒤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그의 프로 데뷔 후 첫 안타. 김재현은 최윤석의 희생번트에 3루로 진루한 뒤 정근우의 끝내기 우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결승 득점이자 이날 유일한 득점을 올렸다. 김재현은 치열한 연장 접전 끝에 때려낸 시원한 2루타로 이날 8이닝 1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류현진의 노고를 허무하게 만들었고, 한화의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에게 한국 무대 첫 패를 안겼다.
경기 후 만난 김재현은 싱글벙글 웃었다. "첫 안타, 첫 결승 득점을 올려 기분이 좋다"고 했다. 김재현은 "100퍼센트 직구라고 생각했는데 슬라이더가 치기 좋게 꺾여서 들어왔다"며 안타를 친 상황을 떠올렸다.
"100M를 11초대에 끊는다"는 김재현은 올 시즌 도루 30개가 목표다. 주로 대주자로 나서기 때문에 기회가 적어 도루왕은 목표로 하지 않는다. 대신 "나가면 무조건 들어올 생각으로 뛰겠다"는 각오다. 팀이 필요할 때 결정적인 도루와 안타를 만들어낸 그의 야구가 간절한 첫 기록들을 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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