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의 첫 승, 감동 두 배인 까닭은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2.04.14 19: 35

"그때 정말 잘 던졌어".
류중일 삼성 감독은 14일 넥센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2004년 배영수의 활약을 회상했다. 당시 배영수는 정규시즌 17승 2패(평균자책점 2.61)를 거뒀고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선발 등판, 연장 10회까지 노히트노런으로 막아냈다. 11회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바람에 비공인 노히트노런으로 빛이 바랐지만 그의 역투는 8년이 흐른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당시 현대 타선이 얼마나 강했나. 직구 150km에 포크볼 140km이 나오니 못 치지. 그때 배영수는 정말 대단했다". 류 감독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2005, 2006년 삼성의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던 배영수는 2007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150km를 넘나 들던 직구는 140km 안팎까지 뚝 떨어졌다.

배영수는 잃어버린 구속을 되찾기 위해 이것저것 안 해본게 없었다. 그의 표현대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근육의 미세한 움직임을 보기 위해 알몸으로 섀도우 피칭(수건이나 대나무 등을 손에 들고 투구폼을 떠올리며 허공을 가르는 훈련)을 하거나 야구공 대신 핸드볼 공을 던지며 감각을 끌어 올리기도 했다.
2009년 1승 12패(평균자책점 7.26)라는 배영수 이름 석 자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적도 있었다. 그럴수록 스파이크끈을 조여 맸던 배영수는 일본 오키나와 2차 전훈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 이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배영수의 투구를 지켜봤던 사람들은 "올해 아주 좋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류 감독은 "영수가 예전처럼 150km를 던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바라는 건 지금 직구 구속이 140km 초반인데 140km 중반만 던져도 상대 타자들이 치기 어렵다"면서 "오늘 던지는 걸 한 번 볼 것"이라고 그의 호투를 기대했다.
정규시즌 첫 등판에 나선 배영수는 7회까지 무실점(2피안타 1볼넷 3탈삼진)으로 넥센 타선을 완벽히 잠재웠다. 직구 최고 142km에 불과했지만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 패스트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손쉽게 처리했다.
삼성은 선발 배영수의 역투를 앞세워 넥센을 4-1로 꺾고 12일 광주 KIA전 이후 3연승을 내달렸다. 한때 선수 생활의 벼랑 끝에 몰렸던 배영수는 올 시즌 첫 등판에서 감격의 첫 승을 신고했다. 인고의 세월을 거쳐 재기에 성공한 배영수의 사례는 많은 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표현도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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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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