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공을 자신있게 던지며 연장 접전을 빛낸 두 투수들의 피칭을 반드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블랙데이 매치’ 연장전의 스타는 사이드암 김성배(31, 롯데)와 우완 정통파 서동환(26, 두산)이었다.
김성배와 서동환은 지난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두산전서 각각 2이닝 퍼펙트(탈삼진 1개), 4⅔이닝 1피안타(탈삼진 7개)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비록 경기는 3-3으로 자웅을 가리지 못했으나 이들의 쾌투는 올 시즌 좋은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특히 프로 데뷔 후 우여곡절이 많았던 투수들이었던 만큼 그들이 팽팽한 접전에서 상대 타선을 숨죽이게 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 하다. 2003년 2차 5순위(1999년 지명)로 두산에 입단했던 사이드암 김성배는 2005년 지저분한 볼 끝을 앞세워 두산의 전천후 투수로 활약하며 8승을 수확, 팀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기여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김성배는 투구 밸런스 붕괴와 군입대,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자신이 가진 실력을 제대로 내뿜지 못했다. 특히 지난 시즌 김성배는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선발 등판 일정이 꼬이며 본의 아니게 스윙맨이 되고 말았다. 계투로도 선발로도 확실한 기회를 잡지 못하다 팔꿈치 부상을 겪는 등 어려움을 겪은 김성배는 지난 시즌 31경기 1승 5패 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5.88에 그쳤다.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두산의 보호선수 40인 명단에서 제외되는 비운을 맞은 김성배는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구단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 시절 코치로 재임하며 김성배의 가능성을 믿고 있던 양승호 감독이 있던 롯데로의 이적이었으나 9시즌 동안 정들었던 팀을 떠나는 만큼 한동안 김성배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김성배는 현재 ‘여왕벌’ 정대현이 무릎 수술 후 재활로 전열 이탈한 가운데 신인 김성호와 함께 롯데 계투진의 ‘옆구리 계투 히든카드’로 꼽힌다. 올 시즌 3경기서 3이닝 동안 노히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김성배는 첫 두 경기서 원포인트 릴리프로 등판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친정팀 타선을 틀어막으며 양 감독의 신뢰도를 스스로 높였다.
서동환은 한때 고교 최대어로 꼽혔던 유망주다. 경남고-신일고 시절 150km를 손쉽게 던지는 우완으로 꼽힌 서동환은 2005년 2차 전체 2순위(구단 1순위)로 꼽히며 계약금 5억원을 수령, 계약금 6억원을 받은 휘문고 김명제(임의탈퇴)와 함께 ‘11억 신인 듀오’로 기대를 모았다. 데뷔 첫 시즌 개막 직전부터 마무리로 꼽혔던 서동환이었으나 고질적인 제구난과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은퇴 위기까지 겪었던 유망주다.
그러나 2012시즌은 달랐다. 지난해 미야자키 마무리훈련부터 뛰어난 구위와 낙차 큰 스플리터로 코칭스태프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서동환은 시범경기 막판까지도 5선발 후보로 꼽혔다. 아직 완급조절 면에서 아쉬움이 있는 대신 묵직한 구위로 타자를 압박하는 능력을 인정받아 계투로서 개막을 맞게 된 서동환은 현재 3경기 8⅔이닝 1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발군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서동환은 탈삼진 13개를 수확하며 류현진(한화, 18개)에 이어 2위를 기록 중. 등판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계투 요원으로서 펼치는 활약임을 감안하면 더욱 대단한 기록이다. 지난 시즌 초반 고원준(롯데)이 있었다면 현 시점에서 8개 구단 계투 요원 중 가장 분투 중인 투수는 바로 서동환이다. 빠른 직구 만이 아니라 스플리터의 움직임이 좋아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겨우 133경기 중 6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이들의 활약상도 꾸준함이 없다면 그저 한 때의 추억으로 지나갈 수 있다. 올해 첫 연장전서 팬들의 눈을 사로잡는 구위로 분전한 두 투수들이 2012시즌은 자신의 커리어하이 시즌으로 빛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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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서동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