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유명한 스타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선수들을 한 번이라도 더 이야기하고 싶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넥센 유니폼을 입었던 이숭용(41)이 이제 말쑥한 양복을 입고 그라운드에 섰다.
이숭용 XTM 해설위원은 지난 13일 문학 SK-한화전에서 '해설 데뷔전'을 치렀다. "너무 긴장해 뭘 말했는지 잘 기억이 안날 정도"로 떨리고 설레는 첫 방송이었다.

14일 다시 문학구장에서 만난 이 위원은 "어제 해보니까 정말 많이 부족하더라. 앞으로 더 공부해야겠다. 이왕 이 길에 들어섰으니 욕은 먹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임용수 캐스터와 하루에 아내보다 더 많이 붙어 이야기를 나눈다. 임 선배 아니었으면 방송 제대로 못했을 것"이라며 방송 입문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 위원이 가장 힘든 것은 아무래도 투수에 대한 해설이다. 그는 "내가 타자 출신이기 때문에 타자에 대한 설명은 내 경험을 곁들여 이야기할 수 있지만 투수에 대해서는 아직 헛갈리는 부분이 많다. 어제도 (박)희수는 궤적은 투심 (패스트볼) 같은데 양 손가락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오늘 오자마자 찾아서 물어봤더니 자기 그립 특징이라더라.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알 수 없어 힘들다. 그래도 타자 부분만 이야기할 수 없지 않나. 투수 쪽도 간간이 섞어 말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전날 프로 데뷔 첫 안타로 결승 득점을 올린 SK 외야수 김재현(25)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김재현 같은 선수들에 대해 한 번 더 이야기해주고 싶다. 나도 김태균이나 이승엽 같은 스타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런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안다. 찬스 때 쳐내는 타자도 중요하지만 찬스를 만들어주는 숨겨진 선수들도 꼭 짚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선수의 마음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내가 선수였기 때문에 가장 잘 시청자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것은 선수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이 위원의 롤모델은 같은 방송에서 해설을 맡고 있는 이효봉 위원이다. 그는 "이 선배는 투수 출신인데 타자들까지 세세하게 짚어준다. 야구의 큰 부분부터 디테일한 면까지 다 볼 줄 아는 분이다. 그에 비해 나는 아직 작은 부분 밖에 못 보지 않나. 하지만 이제 첫 데뷔다. 앞으로 더 공부해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한편 이 위원은 다음 주말인 20일부터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넥센-두산전 해설이 예고돼 있다. 친정팀을 해설하는 기분은 어떨까. 이 위원은 벌써부터 걱정이 많다. "친정팀이라고 편든다 그러면 어떡하지? 두산 편을 더 들어야 하나? 그럴 순 없는데. 혹시 나도 모르게 넥센 편을 들면 어떡하지. 그래도 다음주가 기대된다"며 설렘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초보 해설자였다.
이 위원은 최근 시청자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양복도 새로 맞추고 머리 스타일도 바꿨다. 그는 "미용실에 가서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헤어 스타일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헤어 디자이너 두 분이 한참 고민해 찾은 스타일이다. 하나라도 더 신경쓰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 위원은 제2의 야구인생에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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