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고현정이 언제 저렇게 많이 웃는 배우였던가. 요즘 SBS 금요일 심야토크쇼 고현정의 ‘고쇼’를 보면서 깜짝 놀란다. 까칠하고 직선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신비로운 맛과 멋을 풍기던 톱스타 고현정이 수다스럽고 쉴틈없이 깔깔거리고 웃는 여성 MC로 '확'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이재용 감독의 수작 '여배우들'을 생각해 보라. 마치 리얼 다큐인냥 관객을 착각에 빠지게 하는 이 영화 속에서 고현정은 말 그대로 막 나갔다. 술에 취해 공격적으로 동료 후배 여배우들에게 말폭탄을 퍼붓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런 고현정이 토쿄쇼 여주인을 한다고 했을 때 방송가는 또 한번 시끌벅적했다. 혹자는 "그 성격에 사고 한 번 칠 것"이라며 걱정했고 혹자는 "지금까지의 토크쇼와 전혀 다른 예능이 나올 것"이라며 기대했다.

2회를 마친 현재 스코어는 기대 이상이란 평가다. 시청률은 첫 시작부터 금요일 심야 예능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다음 주 3회에는 정상의 아이돌 빅뱅까지 출연, 게스트 섭외에서도 우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단 모든 걸 시청률로 평가하는 TV 세상에서 MC 고현정은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그런데 자신의 털털한 모습을 앞세워 게스트와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고현정에게 '웃음이 너무 헤프다'란 일부 지적이 나왔다. MC로서 토크쇼를 진행해야 할 본분을 잊고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자주, 그것도 아주 정신없이 웃는 다는 것이다.
사실 고현정은 '고쇼'에서 웃음 많은 여자다. 입을 크게 벌려 아주 호탕하게 웃어 제친다. 말보다 웃음이 더 앞서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를 두고 톱MC 유재석 강호동처럼 예능 프로 진행을 부드럽게 못한다고 벌써부터 비난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MC의 웃음이란, 게스트를 향한 가장 큰 칭찬이고 편안한 접대라는 걸 모르는 건지. 예능 프로 출연을 절대 사절하는 모 연예인이 기자와 사석에서 그 이유를 밝힌 적이 있다. "남을 웃기는 것도 잘 못하고 나서는 걸 싫어한다. 영화 홍보 때문에 제작사에서는 예능 프로 꼭 나가달라고 부탁하는 데 괜히 출연했다가 한번 웃기지도 못하고 분위기 썰렁하면 어쩌나"라고.
그 모씨가 고현정의 '고쇼'에 나간다면 그런 걱정은 없을 것이다. 고현정이 맘껏 웃어줄테니까. 유재석 강호동도 자신들의 진행 프로에서 웃음에 능한 MC들이다. 게스트 얘기에도 웃고 자신의 개그에도 폭소를 터뜨린다. 웃는 그 모습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함께 웃으며 즐기기 마련이다.
고현정이 이런 이유로 '고쇼'에서 웃는 건 아닐게다. 왜냐하면 '고쇼' 속 고현정의 웃음은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계속 터져나오니까. 만약 가식이나 허구를 앞세운 웃음이라면 시청자는 불편해서 속이 느글거릴텐데 아직 그런 류의 비난 글이 올라오지는 않고 있다.
결국 고현정의 웃음은 솔직함의 표현이다. 애시당초 '고쇼' 제작진이 고현정을 삼고초려 끝에 스카웃했을 때부터 염두에 뒀던 그만의 장점이고 강력한 무기다.
또 하나. 고현정의 웃음 량은 상황에 따라 변할 여지를 줬다. 지난 6일 첫 방송 당시 고현정의 절친인 조인성, 천정명, 길이 출연했을 당시보다 두 번째 게스트 김수로, 김C, 김제동이 나왔을 때 더 많이 웃었다. 왜? 조인성 등 첫 게스트들 틈에서는 고현정이 털털한 대화를 이끌 여지가 보였지만 김수로 등은 천하의 입담꾼들이다. 고현정이 계속 웃어주는 것으로 충분하지, 그가 말을 많이할 자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고현정 옆에 누가 있는가. 순발력 좋고 재치 빛나는 윤종신, 김영철, 정형돈이 포진해 있다. 고현정은 지금 '고쇼'의 안방마님답게 호탕한 웃음으로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는 중이다. 괜히 웃는 게 아니고.
[엔터테인먼트 팀장] 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