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 너무 비난하지 않아주셨으면 한다”.
자신의 선발승이 날아간 것보다 리드 상황을 지키지 못해 자괴감에 빠진 후배를 더욱 감쌌다. 비시즌 동안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새 시즌을 준비한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써니’ 김선우(35)가 좌완 이혜천(33)이 자괴감에서 벗어나 명예 회복 기회를 얻을 수 있길 바랐다.
김선우는 지난 14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로 나서 6이닝 5피안타(탈삼진 7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에 성공했다. 2-0 리드 상황서 7회 이혜천에게 마운드를 넘겼던 김선우. 그러나 팀이 8회 2-3 역전을 허용하며 김선우의 시즌 첫 승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18.69에서 7.84로 낮춰졌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경기 후 김선우는 “팀원들이 다들 연장전을 치르느라 고생 많았다”라며 자신의 승리 무산보다 동료들을 먼저 이야기했다. 뒤이어 김선우는 “혜천이를 너무 비난하지 말았으면 한다”라며 14일 경기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이혜천을 감쌌다. 김선우의 바통을 이어받았던 이혜천은 1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어서 나도 너무 안쓰럽다. 혜천이에게 비난 포화가 집중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8년까지 11시즌 동안 두산에서 뛴 이혜천은 일본 야쿠르트서 2시즌을 보낸 뒤 지난해 복귀했으나 제구난과 왼손등 골절상 등이 겹치며 32경기 1승 4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6.35에 그치고 말았다. 그와 함께 팬들의 기대감은 엄청난 비난으로 바뀌었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에도 재활에 집중하느라 잔류군에 있다가 막판에야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에 참여했던 이혜천은 “지난 시즌 부진으로 인해 선수단에 너무나 죄송했다. 등판 기회가 온다면 건강한 몸을 유지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진지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아직은 자신이 생각했던 만큼은 좋은 모습이 나오지 않아 속앓이를 하며 힘들어 한 것이 사실이다. 투수조 조장이자 이혜천과 절친한 사이인 김선우는 아직 이혜천이 자존심을 회복하지 못한 것을 더욱 안타까워했다.
팀을 지게 하려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는 없다. 그 마음을 알고 있는 김선우인 만큼 그는 자신의 시즌 첫 승이 미뤄진 것보다 후배 이혜천이 다시 자신감을 찾을 수 있게 하는 데 더욱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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