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2연패에서 벗어나며 올 시즌 첫 번째 위기를 넘기고 있다.
LG는 지난 13일 KIA전에서 연장혈투 끝에 6-8로 패했다. 믿었던 외국인 투수 벤자민 주키치와 레다메스 리즈가 모두 무너진 결과였다. 선발 등판한 주키치는 6⅔이닝 5실점으로 KIA전 징크스를 이어갔고 리즈는 초유의 16연속 볼·4연속 볼넷을 저지르며 상대에 결승점을 헌납했다. 1선발 에이스와 올 시즌 회심의 카드였던 마무리 투수가 한꺼번에 주저앉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연패의 시작이 될 수 있었다.
14일 경기까지만 해도 후유증이 이어지는 듯했다. 이대진은 친정팀 KIA를 상대로 한 첫 선발 등판에서 고전했고 야수들도 실책성 수비를 반복했다. 전날 득점권 찬스를 살리지 못한 심광호를 대신해 유강남이 주전포수 마스크를 썼지만 장기인 도루 저지에 실패, KIA는 무려 6개의 도루로 LG 배터리를 농락했고 LG는 7-9로 졌다.

다행히 13일의 금요일 악몽은 이틀 만에 끝났다. 15일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우려 속에 선발로 나선 정재복이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것을 비롯해 올 시즌 새로운 4번 타자 정성훈이 6회말 역전 솔로포로 승리의 선봉장 노릇을 했다. 올 시즌 LG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고 있는 불펜진은 끝까지 승리를 지키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특히 리즈는 올 시즌 세 번째 세이브를 기록, 이틀 전 충격에서 빠져나왔다.
겨우 7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모습만 놓고 보면 올 시즌 LG는 우려보다는 희망이 크다. 리그 최약체로 꼽혔던 선발진은 이대진을 제외하면 패전투수가 없을 정도로 예상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대진의 부진이 이어지더라도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무실점 호투한 좌완 이승우나 신예 임정우가 선발 로테이션 합류를 준비하고 있다. 어차피 선발 대결에서는 5할 승부가 목표다. 선발진이 부진하거나 투구수 한계에 직면, 혹은 조금이라도 흔들린다면 바로 불펜진을 가동시킨다.
불펜 요원 유원상은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펼치고 있고 베테랑 류택현은 불펜진에서 가장 믿을 만한 좌완투수로 자리 중이다. 페이스가 다소 늦게 올라오고 있는 한희와 우규민은 시즌이 진행될수록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상열도 류택현과 함께 원포인트 릴리프로서 지난 2년의 활약을 이어가려 한다. 예정대로 봉중근까지 이번 주에 가세한다면 LG 불펜진은 막강 좌완라인을 구축하게 된다. 리즈에게 붙었던 의문부호가 떨어지지 않고 있지만 어쨌든 지난 몇 년과 비교하면 훨씬 두터운 불펜진을 구축했다.
타선에선 새로운 4번 타자 정성훈이 타율 3할6푼4리 득점권 타율 5할 OPS(출루율+장타율) 1.108 6타점으로 해결사 노릇을 확실히 하고 있으며 유격수 오지환도 안정된 수비력과 더불어 타율 4할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큰’이병규가 장딴지 통증으로 1군 말소됐지만 큰 부상은 아니다. 팀 타율은 2할5푼7리로 4위지만 팀 타점은 8개 팀 최다 타점인 34타점을 기록할 정도로 타선은 짜임새 있게 돌아가고 있다.
물론 아직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선발 로테이션이 한 바퀴 돌았고 여전히 검증받아야 할 부분은 많다. 이번 주 상대팀도 호락하지 않다. 주중 3연전에서 박찬호·류현진이 등판하는 한화와 만날 것으로 보이며 주말 3연전에는 현재 가장 무섭게 질주하고 있는 SK와 맞붙는다.
어쩌면 한 시즌 133경기 모두가 위기이자 기회다. 강팀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극복하지만 약팀은 위기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연승은 길게, 연패는 짧게 가는 게 페넌트레이스의 필승 전략이다. 일단 충격적 패배의 여파는 일찍 끊었다. 김기태 감독은 15일 경기를 앞두고 “리즈의 다음 등판이 기대된다”며 리즈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였고 리즈는 세이브로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LG가 올 시즌 높은 곳에 자리하려면 지난 위기를 상승세의 기회로 반전시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