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를 응원해왔던 팬이 경기를 보고 두 번 다시 찾지 않겠다고 한다. 그 내용에 동감하고 책임감을 느낀다".
박항서 상주 감독은 팬의 일침에 고개를 숙였다. 스스로도 부끄러웠던 패배에 가해진 팬의 질타는 팀이 독기를 품는 계기가 됐다.
지난 15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8라운드 경기서 홈팀 상주 상무가 자신의 시즌 2호골이자 결승골을 터뜨린 김재성의 활약에 힘입어 인천 유나이티드에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박 감독은 한 팬의 이야기를 꺼냈다. "상주를 응원해 왔던 팬이 지난 대전 경기를 보고 두 번 다시 경기장을 찾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고 입을 연 박 감독은 "그 팬의 심정에 공감한다"고 말을 이었다.
"이제껏 상주를 좋아하고 경기장에 와줬던 팬이 그렇게 말할 정도다. 질타를 받아들이고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내용을 다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대전전이 끝난 11일 밤 상주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한 상주 시민이 올린 글이었다. 지난 시즌부터 꾸준히 상주를 응원해 왔던 상주의 한 시민이라고 자신을 밝힌 팬은 "이제 시민운동장을 가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지금까지 3번의 홈 경기에서 한 번도 못 이겨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가능하면 경기를 다시 보라"고 쓴 팬은 "이기고 싶은 간절함이 없어 보인다, 상주가 2년 몸 관리하다가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승부조작 파문에도 5천 명 이상 운동장을 찾아 당신들을 응원했던 상주 시민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아달라"는 팬의 질타는 박 감독의 마음을 뜨겁게 울렸다.
지난 대전전을 두고 자신의 지도자 생활에 있어서도 최악의 경기였다고 평한 박 감독이다. "두 번 다시 대전전과 같은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진 박 감독은 결국 이날 경기를 1-0 승리로 이끌었다. 팬의 쓴 소리가 상주에 약이 된 셈이다.
팬의 비난은 곧 애정이다. 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비난도 없다.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팬을 둔 상주는 분명 행복한 구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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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상무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