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결사의 등장인가.
올 시즌 4번 타자로 자리 잡은 정성훈(32)이 맹타를 휘두르며 LG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정성훈은 15일 KIA와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 6회말에 역전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이날 정성훈은 진해수를 상대로 날린 솔로포외에도 4회말 KIA 선발 김진우를 상대로 우전안타를 때리며 멀티히트를 기록, LG를 2연패에서 건져내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이제 겨우 7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지금까지 정성훈의 활약은 눈부시다. 개막전부터 2타점 적시타로 쾌조의 출발을 끊은 정성훈은 현재 타율 3할6푼4리 득점권 타율 5할 OPS(출루율+장타율) 1.108 6타점으로 LG 타선을 이끌고 있다. 마땅한 4번 타자가 없어 고민하던 김기태 감독의 걱정을 완벽하게 날려주고 있는 셈이다.
시즌 전 김 감독은 “4번 타자는 팀의 중심이다. 4번 타자가 타선의 밸런스를 맞춰줄 의무가 있다. 올 시즌 LG 트윈스의 새로운 4번 타자를 만드려고 한다”고 밝히며 정성훈을 4번 타자로 낙점했다. 김 감독은 정성훈이 1994시즌 LG의 우승을 이끌었던 한대화 감독 같은 4번 타자가 되길 바라고 있다. 홈런 20, 30개를 치는 거포는 아니지만 팀이 필요할 때 한 방을 날려주는 해결사의 모습을 정성훈이 보여주길 원한다.
우연일지 몰라도 한 감독과 정성훈 모두 리그에서 손꼽히는 3루수이자 타격 성적도 비슷하다. 1994시즌 한 감독은 타율 2할9푼7리 출루율 3할8푼4리 홈런 10개 67타점을 올렸고 지난 시즌 정성훈의 기록은 타율 2할9푼1리 출루율 3할6푼6리 홈런 10개 57타점이었다. 올 시즌 정성훈이 4번 타자 자리에서 더 많은 득점권 찬스를 잡는다면 한 감독 이상의 타점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동안 LG는 4번 타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2008, 2009시즌 4번 타자를 맡았던 외국인 선수 로베르토 페타지니를 제외하면 지난 10년 동안 LG에는 확실한 4번 타자가 없었다. 작년 LG의 4번 타자들은 타율 3할5리를 쳤지만 70타점으로 8개 팀 중 밑에서 2위, 홈런은 14개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뛰어난 좌타자는 많지만 이들 중 누구도 4번 타자의 중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정성훈은 LG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의 FA 영입 사례다. 그동안 LG는 성공적인 FA 영입과 거리가 먼 팀이었다. 야심차게 큰돈을 들여 FA를 영입했지만 대부분이 부상과 기량하락을 동시에 겪었다. 하지만 정성훈은 LG 유니폼은 입은 2009시즌부터 세 시즌 모두 110경기 이상을 뛰었고 2010시즌을 제외하면 두 자릿수 홈런도 때렸다. 무엇보다 리그 정상급 수비로 이전까지 LG의 고질병이었던 핫코너 불안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정성훈은 “4번 타자가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려운 일이라고 느끼면 더 안 된다. 단지 안타보다는 타점을 올리려고 집중하고 있다. 물론 투수들의 집중견제도 있을 수 있다. 그래도 타석에선 오로지 타점을 올리는 것만 생각할 것이다”며 각오를 다졌다.
LG의 FA 잔혹사를 끊은 정성훈이 올 시즌에는 4번 타자로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