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협, 질식 수비 논란에 "쉽게 만들어진 것 아니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2.04.16 07: 23

"쉽게 만들어진 수비가 아니다".
임상협(24, 부산)이 최근 질식 수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부산 아이파크의 수비를 보고 말이 많다. 매우 밀집된 수비에 상대 공격진이 질식할 정도라며 '질식수비'라고 불리고 있다. 부산의 수비는 대단하다. 시즌 8경기서 6실점밖에 내주지 않은 것. 특히 최근에는 우승 후보로 꼽히는 서울과 전북을 상대로 모두 0-0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질식 수비에 대해서 두 가지 시선이 나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산의 질식 수비가 팬들까지 질식하게 만들 정도로 재미가 없다며 부정적으로 쳐다보고 있고, 다른 한 편에서는 부산의 수비를 뚫지 못한 자들의 변명일 뿐이지 '좋다, 나쁘다'로 구분지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산의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공격수로서 최근 공격과 수비 모두에 총력을 기하는 임상협은 부산의 수비가 단순히 사람 수를 늘려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조직력과 엄청난 훈련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10명의 선수가 수비에 가담한다고 하더라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것.
임상협은 "우리의 수비 조직력이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매일 올라갔다 내려서는 수비 훈련을 한다. 결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즉 현재 부산의 수비력이 피와 땀을 흘려가며 만들어진 만큼 폄하해선 안 된다는 것. 안익수 부산 감독이 전북전을 마치고 한 말과 같은 내용의 것이었다.
부산의 경기를 지켜본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도 "안익수 감독은 팀이 수비를 하면서도 승리와 무승부를 거두게 하고 있다. 그만의 확실한 축구 철학이 있다고 생각한다. 골을 내주지 않고 철저하게 역습을 펼치고 있는데, 무작정 공격을 하는 것도 아니다"며 수비 지향적인 모습을 질책하기 보다는 부산의 질식 수비를 하나의 전술로서 높게 평했다.
박경훈 감독의 말처럼 부산은 수비에만 모든 힘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공격을 펼칠 땐 빠른 역습으로 상대를 당혹케 한다. 부산은 이번 시즌 치른 8경기 중 3경기에서만 골을 넣지 못했을 뿐 5경기서는 모두 득점을 올렸다.
다만 지난 시즌에 비해 득점력이 저하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부산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중앙 수비로 기용할 선수 3명이 모조리 시즌 아웃에 가까운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 결국 부산은 조직력을 갖추지 못한 수비진을 위해 공격진들의 수비 가담을 늘렸고 그 부담이 공격수들에게 전가되어 지난해 만큼의 득점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임상협은 "수비에 가담했다가 공격에 나서면 40~50m 정도를 전력 질주한다. 그러다가 공을 뺏기면 다시 뛰어서 내려온다. 체력 소모량이 엄청 많아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스쿼드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박경훈 감독은 "계속 실점을 하는데 후방을 허술히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강팀을 만나면 수비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며 부산이 질식 수비를 펼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게다가 이번 시즌부터 강등제가 시행되는 만큼 부담이 가해지고 있고, 승률을 높이기 위해 지는 것보다 비기는 걸 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보는 축구팬들 입장에서는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 그로 인해 축구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부산의 입장에서는 강등될 경우와 잦은 패배를 당할 경우 불만을 제기하게 마련인 팬들을 의식한 선택이다. 부산으로서는 미래의 팬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자신들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패배를 당하지 않을 의무도 있는 셈.
부산팬들은 질식 수비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어쭙잖게 공격을 하다 지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지지 않는 게 우리 입장에서는 좋다", "화끈하게 하고 지는 것보다는 승점을 따는 게 좋다" 등의 의견을 제시하며 안익수 감독의 선택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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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협(왼쪽)이 수원전서 박현범을 마크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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