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7년 간 단계별로 여러 팀에 있었다. 그러나 롯데 선수들은 그 어느 팀보다 날 편안하게 해주는 최고의 팀 메이트들이다”.
3년차 외국인 투수. 이제는 웬만한 한국어를 알아듣고 읽을 줄 알 정도로 타국에 적응했다. 그리고 그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승리보다 팀이 이기는 것을 더욱 우선시하는 선수다. 화려하지 않아도 팀이 원하는 바에 맞는 외국인 투수로 보기 충분하다.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우완 ‘DOW' 라이언 사도스키(30)가 한국에서의 세 번째 시즌을 맞는 각오와 팀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했다.
지난 2010년부터 롯데서 뛰고 있는 사도스키는 2009년 샌프란시스코 시절 메이저리그 루키로 첫 2경기와 세 번째 경기 3회까지 ‘1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전도유망한 투수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데뷔 때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였던 것과 달리 점차 위력이 떨어지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기회를 잃어갔고 이듬해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의 러브콜 속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010년 10승 8패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하며 169⅔이닝(4위)을 소화, 이닝이터로서 기록보다 더욱 내실있는 활약을 펼친 사도스키는 지난 시즌 초반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아 퇴출 위기까지 놓였던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위기에서 좋은 호투를 연달아 보여주며 롯데 상승세를 견인하는 등 11승 8패 평균자책점 3.91로 롯데 선발진을 지탱했다.
올 시즌 첫 등판이던 8일 한화전서 3이닝 6피안타 5실점(3자책)으로 고개를 떨궜던 사도스키는 14일 두산전서 6이닝 5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3개) 2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에 성공했다. 시즌 2경기서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5.00을 기록 중인 사도스키는 평소 자신의 승리에 집착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선발로서 제 몫의 기준인 퀄리티스타트를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며 ‘팀이 이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선발로서 가장 큰 덕목으로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이 아직 시즌 첫 승을 못 거둔 것에 대해 아쉽지 않냐고 물어보더라. 그러나 나는 첫 두 경기서 이기지 못한 것이 아쉽지 않다. 일단 우리 팀이 지지 않았으니까. 14일 경기에서도 우리가 두산과 비겼다. 내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은 써니(김선우를 지칭)가 굉장히 잘 던졌다. 13일의 히어로는 팽팽한 경기를 펼친 우리 불펜진이었다. 내 몫은 선발승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이 경기를 마지막에 이길 수 있도록 최소한 밀리지는 않는 경기를 만드는 것이다”.

3년차 시즌을 맞고 있는 사도스키는 4년차 시즌을 맞고 있는 아킬리노 로페즈(SK), 브랜든 나이트(넥센)에 이어 세 번째로 장수 중인 외국인 투수다. 특히 로페즈와 나이트가 팀을 옮겨 네 번째 시즌을 맞는 것과 달리 사도스키는 롯데에서만 세 시즌 째를 뛰고 있다. 사도스키에게 팬들의 응원이 열성적인 부산에서의 적응에 대해 물어보았다.
“굉장히 안정적이고 편안하다. 사람들도 내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고. 샌프란시스코 시절 팜팀부터 메이저리그 승격까지 7년 간 루키리그부터 메이저리그 승격 등 단계 별로 각각 다른 팀에서 뛰어왔는데 우리 롯데 동료들은 내가 있던 그 어느 팀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고맙다”.
첫 해 카림 가르시아, 지난해 브라이언 코리, 크리스 부첵과 한솥밥을 먹었던 사도스키의 새 동료는 좌완 셰인 유먼(33)이다. 사도스키가 모범생의 이미지라면 유먼은 활달한 이미지로 팀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도스키에게 새로운 외국인 동료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단순한 팀 메이트를 넘어 정말 좋은 친구다. 야구에 있어서 대단한 집중력을 보여주는 선수고 야구장 밖에서는 정말 쾌활한 친구다. 함께 밥도 먹으러 다니고 취미 생활을 공유하고 싶은 정말 좋은 친구를 얻었다”.
앞서 언급한 두산 에이스 김선우는 한때 샌프란시스코 트리플 A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예전부터 사도스키는 ‘Admirable Player(존경할 만한 훌륭한 선수)’라며 경탄했고 김선우도 개인 승리보다 선발로서 제 몫인 퀄리티스타트를 중시하는 사도스키의 투구론에 대해 “나 또한 선발 투수라면 그런 마음으로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던 바 있다.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써니의 투구를 보며 정말 많이 배웠다. 인간적으로도 정말 좋은 선배라고 생각한다. 14일 경기에서도 덕아웃에서 써니의 투구를 지켜보며 감탄하고 ‘저 선수와 대적하며 밀리지 않으려면 내가 어떻게 던져야 할 지’ 마운드에 오르기 전 연구하게 되더라. 그리고 써니도 내가 마운드에 있을 때는 경기에 집중하며 그렇게 준비해 나가는 투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도 나는 써니의 투구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올 시즌 롯데는 야구 전문가들로부터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약화되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주포 이대호(오릭스)가 일본으로 떠났고 좌완 에이스 장원준(경찰청)은 대한민국 남자이자 야구 선수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경찰청 입대했다. FA 시장에서 수혈한 정대현과 이승호는 각각 무릎 재활과 컨디션 저하로 전열 이탈해 있다. 타선의 기둥과 선발진의 축이 떠난 팀. 그러나 사도스키가 자평한 시즌 전망은 분명 밝았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우승하는 것이 나와 우리 동료들의 여전한 목표다. 올해는 대호도 없고 원준도 없다. 그래서 우리 팀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약해졌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나도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불펜진이 상대적으로 다른 팀에 비해 약한 편이었으나 지금은 굉장히 불펜진이 강해졌다. 대호와 원준이 없으면 다른 방식으로 이기는 경기를 펼치면 된다. 아직도 우리는 강팀이니까”. 3년차 우완 사도스키는 어느새 부산 사람이 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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