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안타, 아프지 않고 출전하면 올해 내로 가능할 것이다".
'스나이퍼' 한화 장성호(35)에게 지난 12일 청주 두산전은 의미있는 경기였다. 박찬호의 데뷔전 승리와 함께 한화의 3연패 후 시즌 첫 승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날 경기의 숨은 주인공은 바로 역대 3번째로 1900안타를 달성한 장성호였다. 박찬호의 첫 승에 묻혔지만 의미있는 기록으로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높여놓았다.
장성호는 올 시즌 7경기에서 28타수 9안타 타율 3할2푼1리 3타점 4득점 3볼넷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 이적 후 지난 2년간 타율 2할4푼5리로 부진했지만 올 시즌에는 이적 후 처음으로 시즌 시작부터 함께 하며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김태균과 함께 3~4번 타선에서 분전하고 있다. 이상하리 만큼 한화의 득점이 나지 않고 있지만, 장성호는 팀에서 제 몫을 하는 몇 안 되는 선수다.

장성호는 올 시즌 부활을 위해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두 가지 변화가 그 증거다. 일단 안경을 벗어던졌다. 지난 겨울 라식을 통해 시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어 트레이드마크였던 극단적인 외다리 타법을 포기했다. 아예 다리를 들지 않은 시범경기 때보다 다리를 반쯤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타이밍을 맞추고 타구에 힘을 싣기 위한 절충안이었고 그 성과가 괜찮다.
장성호는 "낮경기에서는 HD 화면처럼 선명하게 보인다. 야간경기에서는 조금 뿌옇게 보이는 게 있지만 걱정했던 만큼 심하지는 않다"며 "다리도 원래는 아예 들지 않으려 했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더라. 반쯤 들고 있는데 이제야 타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실제로 장성호는 안타 9개 중 3개가 2루타다.
과연 올 시즌 내로 2000안타 기록이 가능할까. 역대 프로야구에서 2000안타를 친 타자는 양준혁(2318개)-전준호(2018개)밖에 없다. 그들은 모두 은퇴했다. 현역 선수 중 최다 안타를 치고 있는 장성호는 "아프지 않고 다치지만 않으면 올 시즌 내로 2000안타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했다. 남은 126경기를 꾸준하게 출장한다면 충분히 97개의 안타를 추가할 수 있다.
장성호의 2000안타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팀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1900안타를 기록한 날에도 장성호는 "팀이 연패를 끊은 게 더 의미있다"는 말로 개인보다 팀을 우선했다. 한화 이적 이후 팀 성적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에 더욱 그렇다. 장성호의 2000안타 달성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한화의 성적도 분명 좋아질 것이다. 한화와 그는 이미 공동 운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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