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일본군 강제위안부(정신대)를 '창녀'에 빗대 표현해 논란을 빚었던 김구라가 자신이 진행하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선언했다.
김구라는 지난 17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저는 오늘 이 시간부터, 자신을 돌아보고 자숙하는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갑작스러운 방송 하차로 영향을 받게 될, 같이 프로그램에게 몸담고 있던 동료 연예인들, 그리고 방송사의 모든 관계자들에게도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사실상 잠정 은퇴 의사를 밝혔다.
김구라가 자신이 출연 중인 프로그램의 하차를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신대를 창녀에 빗대 표현한 것은 과거 이승연이 정신대 누드 화보를 찍은 것에 버금가는 경솔하고 용서받을 수 없는 태도다.

김구라는 영리한 방송인이다. 스스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신속하게 프로그램 하차를 결정한 것은 대중이 봤을 때 가장 좋은 그림이기 때문이다. 과거 발언을 잡아떼거나 묵인하며 뻔뻔하게 TV에 얼굴을 비치는 것보다는 훨씬 지혜로운 행동이다.
그러나 문제는 시의성이다. 10년 전 인터넷 방송에서 발언한 사실을 두고 인제 와서 반성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만약 김구라의 과거 발언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비록 과거의 잘못이 자신의 마음 한켠에 무거운 짐이 됐겠지만, '잘 나가고 있는 그'가 굳이 과거의 과오를 꺼내 가면서 프로그램에서 갑작스럽게 하차를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구라는 욕설과 비난, 막말의 아이콘이다. 이는 김구라였기에 가능했다. 무명시절의 김구라는 인터넷 방송에서 욕으로 차츰차츰 인지도를 쌓고, 지상파까지 진출했다. 그리고 이제는 연말 시상식에서 상도 타는 '잘 나가는 MC'로 자리매김했다. 대중은 그의 과거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가 방송에서 다소 수위 높은 발언이나 욕설에 가까운 막말을 했어도 '김구라니까'라고 생각하며 넘어갔다. 그에게 막말은 꼭 필요했던 무기임이 틀림없다.
결국 김구라는 당분간 TV에서 떠나게 됐다. 본인 스스로 내린 결정이기에 보여주기식 짧은 자숙이 아닌 진심이 담긴 깊은 반성을 하고 더 성숙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야 할 것이다.
ponta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