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홍성흔 조성환은 등 굽지 않은 소나무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4.17 10: 15

고참 선수들이 잘 하면 흔히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담을 인용합니다. 이 격언은 겉을 볼 때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오히려 제 구실을 하거나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오히려 사람 구실을 한다 는 뜻인데 보통 나이 먹은 선수들이 기대 이상 좋은 성적을 올릴 때 사용하죠.
롯데의 최고참 2루수 조성환(36)과 외야수 홍성흔(35)이 올 들어 이 같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양승호 자이언츠 감독은 16일 전화통화에서 “우리 팀이 현재 팀 순위 2위에 오른 것은 다행이다. 매년 4~5월 시즌 초반에는 바닥을 쳐서 올해는 5월 말까지 팀 승률 5할에서 마이너스 2를 잡았는데 기대보다 성적이 좋다.”고 말합니다.
또 “이렇게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은 마운드에서 중간 불펜진이 잘 던져주고 타격에서 전체적으로 잘 때려주는데 특히 홍성흔과 조성환 두 고참이 잘 이끌어줘 후배들마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1999년에 프로에 입단한 만 36살과 35살의 조성환과 홍성흔에 대해 사실 올해는 사양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두 선수는 똑같이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은 뛰어난 성적을 보이다가 지난 해 둘 다 기록이 처지기 시작했습니다. 30대 중반에 접어들자 어쩔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홍성흔은 두산에 있던 2008년 자유계약선수(FA) 마지막 해에 타율 3할3푼1리로 타격 2위에 오르고 롯데로 옮긴 2009년에는 무려 타율 3할7푼1리, 2010년에도 3할5푼으로 3년 연속 타율 2위를 기록하는 대단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타율 3할6리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는 듯 했습니다.
조성환은 2년여 군 생활 후 다시 시작한 2008년에 타율 3할2푼7리로 화려한 복귀를 알리고 2009년에 2할9푼4리, 2010년엔 3할3푼6리로 개인 최고 타격감을 보였다가 지난 해는 2할4푼3리로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올해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7경기를 소화한 16일 현재 롯데는 홍성흔과 조성환이 홈런 한 방씩만 날려 팀 전체 홈런이 단 두개뿐으로 팀 홈런 순위 4위입니다. 최근 2년 연속 팀 홈런과 팀 타격 선두를 달렸던 롯데로서는 이변(?)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그만큼 일본으로 간 이대호가 빠진 공백이 느껴지지만 팀 타율은 3할1푼2리로 8개 구단 중 1위이고 장타율과 출루율도 선두입니다.
홍성흔은16일 현재 타율 4할(4위), 장타율 6할(4위) 출루율 4할6푼7리, 득점권 타율도 5할로 4번 타자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그는 OSEN 기자와 인터뷰에서 "나는 4번 타자가 아니다. 팀의 네 번째 타자다, 그 어떤 선수도 이대호를 대체할 수 없다.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뿐"이라고 겸손해 합니다. 겨우내 타격폼 수정에 힘을 쏟아 장타 양산보다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타격에 주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조성환은 7일 개막전서 한화 에이스 류현진으로부터 선제 솔로포를 때려내며 2012시즌 가장 먼저 아치를 그리고 11일 잠실 LG전서도 4안타 맹타를 터뜨리며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최근 두 경기서 주춤하기는 했으나 “지난해 부진한 모습을 보여 올해 정말 잘 할 것입니다”고 다짐합니다. 조성환은 현재 타율 3할9푼4리에, 13안타로 전체 최고 안타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양승호 감독은 “잘 하고 있는 불펜진이 신진들이라서 무너질까 걱정되지만 두 달 정도 버티면 괜찮고 홍성흔 조성환 두 선수가 체력적으로 힘들거나 슬럼프에 빠지면 정훈, 신본기 등이 뒷바침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올 시즌 좋은 출발을 기분좋게 여기고 있습니다.
홍성흔과 조성환은 등 굽은 나무가 아니라 아직도 생생한 재목으로 보입니다.
/OSEN 편집인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