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교'가 극중 대부분의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자 고매한 시인 이적요(박해일 분)의 성격을 꼭 닮은 '이적요의 집'을 공개해 눈길을 끈다.
'은교'는 박범신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소녀의 싱그러움에 매혹당한 70세 위대한 시인 이적요와 스승의 천재적 재능을 질투한 35세 제자 서지우(김무열 분), 위대한 시인을 동경한 17세 소녀 은교(김고은 분), 세 사람의 서로 갖지 못한 것을 탐하는 욕망과 질투를 그린 작품.
그 중 사건에 핵심이 되는 '이적요의 집'은 단순한 장소의 개념을 넘어서는 공간으로 그 위치나 외양 등이 주인 이적요와 꼭 닮아있기 때문이다.

극중 이적요의 집은 부암동 산 속에 있던 실제 주택으로 '은교' 팀과는 남다른 인연을 가지고 있다고. 이적요의 폐쇄적이고 고집스러운 성격을 닮은 집을 찾던 제작팀은 부암동 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우연히 한 집을 찾게 됐다. 그리고 얼마 뒤, 역시 이적요의 집을 찾기 위해 부암동 답사를 나온 정지우 감독이 제작팀에 사진 한 장을 보냈는데 바로 제작팀이 발견한 곳이자 현재 이적요의 집 사진이었다.
때마침 집은 철거를 앞두고 있었고 본래 집주인 역시 문화예술 쪽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촬영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집이 섭외되고 '은교'의 미술팀은 약 한 달 가량에 걸쳐 빈 집 곳곳에 이적요의 숨결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지하 1층에 자리잡은 서재의 책장에는 수 천 권의 책들을 꽂아 넣었고 책상에 빛 바랜 원고지, 부러진 몽당연필 등을 배치해 수십 년간 고집스럽게 시만 써온 이적요만의 공간을 완성했다.
이적요와 서지우, 은교가 첫 만남을 가지는 데크는 햇살이 그대로 쏟아지는 아름다운 장소인 동시에 집을 둘러싼 산의 풍광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적요의 집을 다녀간 박범신 작가는 "마치 내가 이 집을 보고 소설을 쓴 것처럼 소설 속 분위기와 집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은교'는 오는 26일 개봉 예정이다.
trio88@osen.co.kr
'은교'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