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습니다. 쉽지가 않아요".
어렵게 거둔 승리에 기뻐하면서도 마음 한 쪽이 여전히 무거웠던지 박항서(53) 상주 상무 감독은 활짝 웃지를 못했다. 지난 15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오랜 부담이었던 홈 첫 승을 신고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상주는 독특한 팀이다. 시민구단이자 국군체육부대 산하의 군인팀이라는 2가지 특징은 상주를 K리그에서 가장 독특한 팀으로 만들었다. 상주시 소속의 축구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군체육부대까지 연결되어 있다. 사실상 조직 구조가 이원화되어 있는 것.

자연히 신경써야 할 부분도 더 많다. 박 감독은 인천전 승리 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홈에서 1승을 거두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새삼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부진한 성적 때문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엿볼 수 있는 한마디였다.
인구 11만 명에 불과하지만 상주 시민들의 애정은 남다르다. 처음으로 접하는 '연고팀'에 관심도 많고 애정도 뜨겁다. 성적이 부진하면 얼굴을 마주 보고 섭섭함을 드러내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곳이다. 팀에 쏟아지는 애정이 고맙지만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군인팀이 갖는 한계도 있다. 20개월의 복무 기간을 마치면 선수들은 각자의 팀으로 돌아간다. 한창 리그가 막바지 경쟁에 치닫는 9월이면 제대하는 선수들이 나온다. 그나마 올 해부터는 입대 일자가 조정됐지만 다른 구단에 비해 목표 의식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다.
개막전이 끝나고 박 감독은 상주 선수들에게 '3가지 충성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첫째는 군인으로서 나라에 대한 충성, 둘째는 선수로서 팀에 대한 충성, 셋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충성이었다. 단순히 군 생활 기간 동안 '머물다 가는 팀'이 아닌, 자신의 팀으로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지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시즌 초반 상주가 보여준 모습은 박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1일 대전전서 무기력한 패배 이후 박 감독은 결국 화를 터뜨렸다. 오랜 지도자 생활 중에서도 최악의 패배였다고 곱씹을 정도였다.
"상주라는 팀에서 뛰는 데 대해 목표 의식을 가져야 한다. 공감대를 형성하고 책임감있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무겁게 질타한 박 감독이다.
선수들 역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전전에서 보였던 무기력한 모습이 사라졌다. 김재성은 "상무라는 팀에 와서 내 것만 하고 나가자 하는 그런 생각은 절대 없다. 이 팀에 있는 동안 어울려서 즐거운 축구를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 감독이 상주 선수들에게 바란 것은 결국 하나다. 상주에서 뛰는 순간만큼은 상주 선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책임감을 느끼는 것. 과연 상주가 충성심과 목표 의식, 책임감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고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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