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 보다도 이승호가 걱정이지 뭐".
예년과는 다르다. 롯데 자이언츠는 17일 현재 5승1무2패로 선두 SK 와이번스에 반 경기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4월 7승14패를 당하며 승률 3할3푼3리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본다면 순조로운 출발이다. 시즌 개막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작년 4월 승리의 절반 이상을 채웠다.
그렇지만 롯데 양승호 감독에게도 고민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건 불펜이다. 현재 롯데 불펜진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렇지만 언제 컨디션이 요동칠지 모르는 일이기에 확실한 불펜투수들이 급하다. 자연히 올 시즌을 앞두고 거액을 들여 영입했던 정대현과 이승호가 생각날 수밖에 없다.

SK에서 롯데로 함께 둥지를 옮긴 둘은 공교롭게도 똑같이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다. 정대현은 무릎 수술로 자리를 비웠고 이승호는 시범경기 내내 구위가 올라오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양 감독은 "정대현은 6월 말로 복귀 시기를 생각하고 있다. 그 사이 다른 투수들이 제 몫을 해 줄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감독의 고민은 정대현 보다는 이승호 쪽에 쏠려있다. 영입당시 선발투수 후보로도 거론됐었던 이승호는 캠프 내내 구위가 올라오지 않아 고생했었다. 시범경기에서도 제구가 흔들리고 구속, 구위 모두 기대 이하였다. 결국 이승호는 2군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현재 2군에서도 이승호는 3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신통찮은 성적에 그치고 있다.
양 감독은 "정대현은 차라리 확실한 부상 부위가 있고 차근차근 재활을 받고 있으니 계산이 선다. 그렇지만 이승호는 아픈데가 전혀 없는데 좀처럼 올라오지 않으니 걱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승호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는 이유로 양 감독은 훈련 부족을 들었다. "SK에선 시즌이 끝나고 10월부터 훈련에 들어가는 걸로 안다. 그렇지만 이승호는 작년 FA를 선언하고 팀을 옮기는 와중에 훈련이 충분치 못했다. 결국 구위가 올라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게 양 감독의 설명이다.
현재 이승호는 2군 상동구장에서도 경기조와 잔류군을 하루씩 오가며 구위 점검에 여념이 없다. 롯데 염종석 잔류군 투수코치는 "잔류군 쪽에 넘어올 때 많은 이야기를 하며 재활을 돕고 있다"면서 "지금은 구속도 구속이지만 볼 끝이 별로 안 좋은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이승호는 2군에서 단거리 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하체 순발력은 강한 공을 뿌리기 위한 필수조건과도 같다. 특히 이승호와 같은 투구폼은 전신을 사용하기에 하체 단련은 필수다. 염 코치는 "처음 입단시에는 선발 이야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1군 선발진이 활약을 해 주고 있으니 승호는 불펜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제하면서 "10년 이상 선수생활을 해 온 베테랑 아닌가. 몸에 문제가 없는만큼 곧 올라올 것으로 본다"고 믿음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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