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엔트리 탈락의 아픔은 잊은지 오래인 듯 했다. 17일 오전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조영훈(30, 삼성 외야수)은 "현재 컨디션은 최고"라면서 "코치님들께서 좋다고 하셔서 그런지 더 좋아지는 것 같다"고 근황을 전했다.
2군에서 올 시즌을 시작한 조영훈은 16일 현재 5경기에 출장, 타율 4할4푼4리(18타수 8안타) 2타점 3득점 1도루를 기록 중이다. 언젠가는 1군의 부름을 기다리며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다. "2군 선수는 언제 (1군으로) 올라 갈지 모르니까 항상 준비해야 한다. (김)경모(삼성 내야수)처럼 갑작스레 갈 수 있지 않겠나". 인터뷰 내내 그의 손에는 훈련 도구가 쥐어져 있었다. 1군 승격을 위해서는 쉴 틈이 없다는 의미였다.
팀내 최고의 노력파로 꼽히는 조영훈은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의 복귀 소식이 전해진 뒤 독기를 품었다. 살아 남기 위해 훈련 만이 살 길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는 겨우내 혹독하게 자신을 채찍질했다. 그렇기에 개막전 엔트리 탈락의 아쉬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돌이켜 보면 잘 됐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다지 감이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좀 더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면서 "개인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으니 좋다. 생각했던대로 잘 되어가고 있다. 1군 부름을 받을 수 있도록 항상 대기 중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병일 삼성 2군 타격 코치는 "조영훈이 타석에서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라.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신중하다. 훈련할때 신중한 건 좋지만 타석에서도 그런 모습이 이어지는 건 좋지 않으니 쉽게 쉽게 하는게 좋다"고 지적했다. 또한 황 코치는 "타석에서 좀 더 과감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KIA 코치 시절부터 나에 대해 유심히 지켜보신 것 같았다. 나의 장단점에 대해 훤히 아신다"는 조영훈은 "타격할때 타이밍을 잡는 요령 등 좀 더 안정적인 타격 자세를 강조하신다. 코치님 덕분에 타석에 들어서면 여유가 생긴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조영훈은 자신을 "6월의 사나이"라고 표현했다. 2010년 타율 4할5푼5리(44타수 20안타) 4홈런 8타점, 지난해 타율 3할2푼9리(73타수 24안타) 5홈런 13타점 등 매년 6월만 되면 방망이에서 불을 뿜었다. "기회가 주어 진다면 누구든지 이기고 싶다". 그의 눈빛에는 목표 달성을 위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조영훈은 삼성 2군의 주전 우익수로 출장 중이다. 자신의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아직까지 크게 어려운 타구는 없어 그런지 실책을 범한 적은 없었다. 낮경기는 괜찮은데 야간 경기 때 어느 만큼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1루든 외야든 상관없다. 그에겐 경기를 뛸 수 있다는게 가장 중요하다. 외야 수비를 준비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모든 것을 걸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한다. 이제 나이도 먹었는데 언제까지 1,2군을 왔다 갔다 할 수 만은 없다. 내 자리를 찾고 싶다. 그리고 얼마 전에 꿈을 꿨는데 느낌이 좋았다. 뭔가 좋은 예감이 든다". '순수 청년' 조영훈이 활짝 웃을 수 있을까. 기회만 온다면 두 번 다시 놓치지 않겠다는게 조영훈의 절박한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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