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팬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한화 필승계투 송신영(35)이 이적 후 첫 홀드를 기록했다. 송신영은 지난 17일 청주 LG전에서 7-6으로 리드하던 7회초 2사 1루에서 구원등판, 1⅓이닝을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지난해 FA가 되어 한화로 이적한 뒤 3경기 만에 홀드를 따냈다. 그것도 지난해 3개월간 몸담은 LG를 상대로 거둔 홀드이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경기 후 송신영은 "늘 하던대로 했을 뿐이다. 청주구장이 작기 때문에 큰 것을 맞지 않기 위해 최대한 낮게 던지는데 집중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실제로 송신영은 아웃카운트 4개 중 2개를 땅볼로 유도했다. 위기가 계속됐지만, 실점으로 연결시키지 않은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으로 LG의 거센 추격을 따돌렸다.

LG전이기에 때문에 아무래도 감정이 미묘할 수밖에 없었다. 송신영은 트레이드 마감시한이었던 지난해 7월31일 13년 정든 넥센을 떠나 LG로 팀을 옮겼다. 당시 송신영은 4강 싸움을 하는 LG의 최대 약점이었던 불펜 보강 차원에서 수혈된 트레이드의 핵심이었다. 비록 LG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송신영은 이적 후 3개월간 19경기 10세이브 평균자책점 1.99로 분전했다.
그러나 LG와의 인연은 그것이 끝이었다.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송신영은 LG와 우선 협상기간에 계약하지 못한 채 시장에 나왔고, 뜨거운 러브콜을 보낸 한화와 FA 계약을 맺었다. LG로 소속된 기간은 겨우 3개월. LG팬들은 송신영에 섭섭함을 나타냈다. 지난달 30일 시범경기에서 한화맨으로 잠실구장을 찾아 마운드에 오른 송신영에게 LG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그런데 또 LG전에서 한화 이적 후 첫 홀드를 따냈다. 송신영은 "LG 팬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 반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이지만 정말 많이 감사했다. 같이 못하게 돼 아쉬운 점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현대·넥센 시절 텅빈 구장에서 던지는 일이 많았던 송신영에게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매경기 뜨거운 성원과 지지를 보내온 LG팬들은 무엇보다 고마운 존재였다.
그런 송신영에게 LG팬들의 야유는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그는 "처음에는 왜 나한테 야유하나 싶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내가 LG팬이었더라도 나한테 야유를 했을 것 같았다"고 인정했다. 그래서 이날 시범경기에서 송신영은 이닝을 마친 뒤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 1루측 LG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인사했다. 3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성원해준 팬들에게 미처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었다.
이제는 독수리맨이 된 만큼 한화의 승리를 위해 던져야 한다. 팀이 승리할 기회를 잡지 못해 등판 간격이 들쭉날쭉하지만 경험 많은 송신영은 "전혀 문제 없다. 오히려 쉬는 동안 구위가 좋아졌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LG전에서 직구 최고 구속 143km로 볼끝이 좋았다. 송신영은 "구위가 좋아지고 있어 만족한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며 한화의 든든한 필승 불펜을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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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