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에 울고 웃는다.
시즌 전 하위권으로 지목된 LG는 시즌 초반 4승4패로 5할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기대이상 성적을 내고 있는 데에는 '스피드'가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14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상대 배터리를 괴롭히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상대에게 손쉬운 도루를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 LG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지난 17일 청주 한화전이 그랬다. LG는 2회 이병규의 2루 도루에 이어 4회에도 박용택과 김용의의 2루 도루로 한화 배터리를 괴롭혔다. 박용택과 김용의의 도루 성공 이후에는 이진영과 오지환의 홈런포가 터졌다. 8회에도 대주자 양영동이 2루 베이스를 훔치며 한화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4개의 도루로 한화를 괴롭혔다.

올 시즌 LG는 8경기에서 14도루로 이 부문 전체 1위다. 이대형(4개)뿐만 아니라 박용택·김용의·양영동·이병규(2개)에 오지환·이진영(1개)까지 무려 7명의 선수가 합작한 기록이다. 더욱 놀라운 건 도루실패가 정성훈 하나밖에 없다는 점. 도루성공률마저도 93.3%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양질의 도루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도루 저지에 대한 고민도 크다. 17일 한화전에서도 LG는 2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4회 1사 1루에서 신경현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포수 유강남이 한상훈의 2루 도루를 저지하지 못했다. 한화는 이후 4연타석 안타를 몰아치며 경기를 뒤집었다. 8회 무사 1루에서는 바뀐 포수 심광호가 대주자 임익준에게 2루 도루를 내줬다. 유원상의 견제구 3개가 무색한 도루 허용이었다.
이날 경기 뿐만이 아니다. LG는 올 시즌 가장 많은 13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도루 저지는 하나밖에 없는데 그것도 투수 이대진의 송구에 의한 저지였다. 포수 송구로 잡은 저지는 없다. 심광호가 8개, 유강남이 5개의 도루를 허용하는 동안 한 번도 주자를 잡아내지 못했다. 도루 저지가 없는 팀으로는 조인성이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는 SK도 있지만, 도루 허용이 5개로 상대의 도루 시도 자체가 많지 않았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가장 많은 도루 성공과 허용은 올 시즌 LG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규모가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며 거포가 없는 팀 사정상 많은 홈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빠른 발을 최대한 살리는 게 최선이다. 반면 상대로 하여금 손쉬운 도루 허용은 언제든 득점권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어린 투수가 많은 LG에게 잦은 위기는 달갑지 않다. 도루 저지율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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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