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옵션 포수’ 최재훈, 성공기를 꿈꾸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18 10: 40

포수사관학교가 또 한 명의 포수를 배출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가 ‘3옵션 포수 성공기’를 2012년에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두산은 지난 17일 잠실 삼성전서 7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한 주전 안방마님 양의지(25)가 상대 선발 장원삼의 공에 왼 무릎을 강타당해 중도 교체되는 위기를 맞았다. 지난 16일 포수진 맏형 용덕한(31)을 2군으로 내려 보내면서 단 두 명으로 1군 포수진을 구축하고 있는 두산은 대주자 최재훈(23)을 투입했다.
그런데 이 최재훈이 17일 경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타석에서 볼넷 1개를 얻어냈으나 2타수 무안타로 아쉬움을 비췄던 반면 최재훈은 선발 임태훈을 시작으로 이혜천-고창성-노경은의 무실점 계투를 도왔다. 9회 스콧 프록터의 1실점이 아쉽기는 했으나 분위기를 잘 잇는 안방마님의 모습을 보여줬다. 2회 김경모의 2루 도루를 저지한 것도 최재훈의 수훈이었고 파울 타구를 잡기 위해 덕아웃에 뛰어드는 투지도 높이 살 만 했다.

덕수고 시절 크지 않은 체구에도 프로급 강견과 정확한 타격을 선보였던 최재훈은 신인 드래프트서 체구가 작은 편이라는 점으로 인해 지명 받지 못했다. 2008년 신고선수로 두산의 문을 두드린 최재훈은 지난 2년 간 경찰청에서 복무하며 기량이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2군 북부리그 타점왕좌(79타점)에 오르며 공격력에서도 대단한 발전상을 보여줬다.
김진욱 감독도 ‘포수 최재훈’의 능력을 높이 사고 있다. 나이에 비해 노련한 면을 갖춘 데다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는 심성을 지닌 주전 안방마님 양의지에 인사이드워크가 좋은 용덕한과 최재훈까지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켰던 김 감독은 “최재훈도 주전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기량이 되는 선수”라며 유망주의 기를 북돋워주었다.
“이미 주자 견제와 도루 저지 능력은 우리 포수들 중 가장 좋다. 블로킹 능력도 웬만한 타 팀 주전 포수들보다 나은 최재훈이다. 다만 1군 경험이 많지 않아 아직 타격 면에서 약점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분명 1군 포수감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선수다”. 그리고 최재훈은 8일 잠실 넥센전 쐐기 1타점에 이어 이번에도 팀 승리에 공헌하는 수훈을 보여줬다.
두산의 ‘3옵션 포수 성공기’는 이미 두 차례 전례가 있다. 1999년 신인으로 입단한 홍성흔(롯데)은 당초 그 해 진갑용(삼성), 김태형(SK 배터리코치)에 이은 3옵션 포수였으나 그 해 5월부터 주전 안방마님으로 자리를 굳히며 신인왕좌에 올랐다. 이후 홍성흔은 공격형 포수로 명성을 쌓은 뒤 지금은 롯데의 새로운 4번 타자로서 아직도 파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2010년 경찰청을 갓 제대하고 두산에 복귀한 양의지는 그 해 스프링캠프서 KIA 장성호(현 한화)와의 트레이드 협상에 언급되었을 정도로 두산 팀 내 기대치가 그리 큰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KIA와의 개막 2차전서 데뷔 첫 안타 신고 및 좋은 투수 리드를 보여준 뒤 3차전 넥센과의 경기서 2개의 홈런을 터뜨리고 김선우의 선발승을 이끌어내며 단박에 주전 포수로까지 우뚝 섰다. 2010년 신인왕의 주인공도 양의지였다.
홍성흔과 양의지 못지 않게 최재훈도 야구 욕심이 대단한 포수다. “지난해 야구 월드컵에서 홈런을 치고 도는 데 관중들의 환호성을 들으면서 ‘이것이 야구하는 맛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나도 올해는 관중이 운집한 구장에서 내 이름을 연호하는 팬 분들의 음성을 듣고 싶다”라는 바람을 가진 최재훈. 아직 주전 포수 자리에 앉기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는 분명 두산 1군 포수진의 ‘다크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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