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
18일 한화-LG전이 열린 청주구장. 경기 전 한화 한대화 감독에게는 전날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있었다. 7-6으로 승리한 이날 경기에서 한화는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가 9회 마운드에 올라 사구와 보크, 볼넷과 안타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며 역전 위기에 몰렸지만 마지막 타자 정성훈을 병살타로 유도하며 힘겹게 3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한대화 감독은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도저히 앉아있지를 못하겠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뒤 "남들은 재미있었다고 하는데 대체 뭐가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보는 사람은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바티스타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연속 볼 6개를 남발할 만큼 영점이 잡히지 않았고, 지켜보는 한대화 감독의 속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 감독은 바티스타의 연속 사사구에 대해 "3타자까지는 참으려 했다. 그렇게 되더라도 (교체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곁에 자리하던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6연속 볼도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데 LG 김기태 감독은 어떻게 16개를 기다렸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LG 마무리 레다메스 리즈는 지난 13일 잠실 KIA전에서 연장 11회초 초유의 16개 연속 볼로 밀어내기 결승점을 내줬다.
이에 한 감독은 "바티스타가 볼넷을 줄 때 LG 덕아웃에서 리즈도 공을 몇개 던지더라. 그런데 공이 크게 원바운드되더니 뒤쪽 끝까지 빠지더라"며 "결국 바티스타나 리즈나 둘 다 똑같은 녀석들"이라는 비유로 껄껄 웃어보였다. 바티스타와 리즈는 같은 도니미카공화국 출신 강속구 투수로 아주 절친한 친구 사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1사 1·2루에서 이진영의 중전 안타 때 어째서 2루 주자 서동욱이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을까. 한 감독은 "전진 수비한 상태였다. 주자(서동욱)도 수비위치를 확인했기 때문에 주춤했을 것"이라고 봤다. 한 감독은 "(마무리) 바티스타이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는 전진 수비로 승부를 봐야 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LG의 동점 주자의 홈 쇄도를 막고, 병살타를 유도하며 최상의 결과를 낳았다.
이효봉 위원은 "어제(17일) 경기를 이김으로써 바티스타도 살고, 한화도 살았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 연패 탈출을 하면 팀 분위기가 더 살아날 수 있다"며 극적으로 연패를 끊은 한화의 반등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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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