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형 보고 있어요?', 최재훈의 공수 겸장 활약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18 22: 25

전도유망한 주전 안방마님이 꽤 긴장해야 할 것 같다. 2년 후배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 베어스 5년차 포수 최재훈(23)이 선제 결승타에 포수로서도 신출내기 답지 않은 활약을 펼치며 디펜딩챔피언을 3연패로 몰아넣는 수훈을 선보였다.
최재훈은 18일 잠실 삼성전에 7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1군 경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주전 포수 양의지(25)이 왼 종아리 타박상으로 이날 경기에 결장함에 따라 최재훈에게도 기회가 온 셈이다. 그리고 최재훈은 1타점 선제 결승타에 선발 이용찬의 6이닝 무실점 선발승에 공헌하며 이름값을 부쩍 높였다.
2008년 덕수고를 졸업하고 두산 신고선수로 입단한 최재훈은 그해 6월 1일 정식계약을 맺는 빠른 페이스를 보였다. 그러나 1군 단 한 경기 출장에 만족한 채 2군에서 기량 연마에 힘쓰다 2009시즌 후 경찰청 입대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당연한 군 복무는 최재훈에게 커다란 행운이 되었다. 포수 출신 유승안 감독과 팀 선배였던 이경환 전 배터리코치의 지도 속에 최재훈은 공-수 양면에서 현격한 기량 성장세를 보여줬다. 그러나 2년 선배인 양의지가 주전 포수로 버티고 있어 최재훈에게 확실한 기회가 주어질 지 여부는 미지수였다.
이는 기우였다. 최재훈은 지난 8일 잠실 넥센 개막 2차전서 쐐기 1타점 중전 안타를 터뜨린 동시에 스캇 프록터의 첫 세이브를 함께했다. 17일 양의지의 조기 교체 속 2회부터 마스크를 쓴 최재훈은 임태훈의 5이닝 무실점 선발승에 일조하는 등 포수로서도 리드가 설익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18일 삼성전은 최재훈의 진가를 더욱 높여준 경기였다. 직구 구속이 평소만큼 안 나온 선발 이용찬의 호투를 이끌었고 4회 1사 3루서는 배트를 짧게 잡고 타석에 들어서 상대 선발 윤성환의 초구를 정확히 받아쳐 1타점 우중간 적시타로 연결했다. 이는 최재훈의 데뷔 첫 결승타점이다.
여기에 4-3으로 쫓긴 7회 1사 1루 위기에서도 배영섭의 삼진에 이어 김상수의 도루 시도를 잡아내고 9회 2사 2루 손주인의 귀루도 잡아내는 등 주자 저지 면에서도 대단한 활약을 선보였다. '진흙 속 진주'가 드디어 세상 앞에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2년 전인 2010년 3월 30일 목동 넥센전서 팀 세 번째 포수였던 양의지는 2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는 동시에 선발 김선우의 7이닝 무실점 선발승을 이끌며 선배 최승환(한화), 용덕한을 제치고 곧바로 주전 포수 자리까지 차지했다. 그로부터 2년 여 후 최재훈은 양의지보다 임팩트는 약했을지 몰라도 결코 질적으로 떨어지지 않는 활약을 펼치며 양의지를 긴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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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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