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데뷔 첫 피홈런·패전' 박찬호, 딱 한 방에 울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4.18 21: 48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구였다. 딱 하나의 공에 희비가 완벽하게 엇갈렸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6회까지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펼치고도 7회 한순간에 무너졌다. 무너졌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공 하나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한판. 홈런 한 방에 울었고, 박찬호는 데뷔 첫 패전의 멍에를 썼다. 한화도 시즌 첫 연승에 실패하며 1-6으로 허무하게 역전패했다.
6회까지는 흠잡을데 없는 완벽에 가까운 피칭이었다. 1회부터 공 8개로 깔끔하게 삼자범퇴 처리한 박찬호는 2~4회 안타 하나씩 맞았을 뿐 삼진 3개와 병살타 1개를 곁들여 실점없이 막으며 위기관리능력도 과시했다. 5-6회에도 삼진 3개를 뽑아내며 2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2경기 연속 승리를 향해 내달렸다.

그러나 7회가 문제였다. 첫 타자 이진영에게 초구 바깥쪽 투심이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났고 2구째 몸쪽 높은 132km 커터가 1루수 김태균 옆을 빠져나가는 2루타로 연결됐다. 1-0의 살얼음 리드 속에서 무사 2루라는 위기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상대는 4번타자 정성훈. 2회와 4회 모두 바깥쪽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할 정도로 박찬호가 자신감을 갖고 있는 타자였다. 그러나 괜히 LG의 4번타자가 아니었다. 박찬호는 142km 투심 패스트볼을 초구로 택했다. 그러나 몸쪽과 가운데 사이로 치기 좋게 높은 코스로 들어온 공에, 정성훈 배트가 빠르게 반응했다.
맞는 순간 좌중간 라이너성으로 날아간 타구는 결국 담장밖으로 넘어갔다. 비거리 115m 역전 투런 홈런. 초구가 실투가 되며 눈 깜짝 할 사이 역전을 허용했다. 6회까지 완벽에 가까웠던 피칭도 7회 예기치 못한 홈런 한 방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박찬호는 홈런 맞은 상황에 대해 "몸쪽 직구를 던졌는데 정성훈이 잘 쳤다"고 인정했다. 투구수 80개를 던진 이후 구위 감소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괜찮았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1회 5개(최고 145km), 2회 9개(최고 148km), 3회 4개(최고 147km), 4회 5개(최고 147km), 5회 5개(최고 146km)였던 직구는 6회 2개에 최고 146km, 7회 1개에 최고 144km로 1~5회에 비해 6~7회 직구 비율이나 스피드가 모두 떨어졌다.
결정적으로 한화 타선이 제 때 점수를 내지 못한 것도 박찬호에게는 부담이었다. 1회 1사 만루에서 1점밖에 얻지 못한 한화 타선은 이후 추가점을 전혀 얻지 못했다. 박찬호로서는 무조건 1점의 리드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공 하나의 중요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waw@osen.co.kr
청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