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SK 와이번스가 2위 롯데 자이언츠를 꺾은 경기에서 'SK 필수 옵션' 좌완 박희수(29)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껴졌다.
SK는 1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경기에서 2-2로 맞선 7회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안치용의 적시타와 조인성의 3점포를 앞세워 8-2로 승기를 굳혔다. 연패 위기를 벗은 SK는 7승(2패)째를 거두며 선두를 유지했다. 전날까지 0.5경기차로 뒤져 있던 2위 롯데는 선두 도약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6회말이 이날 승부에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롯데는 추가점을 뽑지 못한 것이 아쉬웠고 SK는 위기를 잘 넘겼다. 이날 최고의 승부처에 바로 박희수가 있었다. 박희수는 이날 1⅔이닝을 1피안타 3탈삼진으로 실점없이 막아내 승리 투수가 됐다. 3홀드 따낸 시즌 첫 승이다.

박희수가 선발 마리오 산티아고로부터 마운드를 넘겨 받은 것은 절대 위기 상황이었다. 5회까지 잘던지던 마리오가 손아섭에게 2루타 뒤 강민호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아 2-2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SK 코칭스태프는 마리오를 계속 마운드에 세워 6회를 마무리지어 주길 바랐다. 하지만 2사 2루에서 문규현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1,3루 실점 위기에 몰린 상황이었다. 흐름이 롯데로 넘어가는 분위기.
박희수는 김주찬과 정면대결을 펼쳤다. 앞선 3번의 타석에서 안타 1개만 성공시켰으나 모두 정타를 날려 쾌조의 타격감을 보였던 김주찬이었다. 그러나 박희수는 1볼-2스트라이크로 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자 주저없이 몸쪽에 볼을 꽂아 넣었다. 김주찬은 잠깐 움찔한 후 두말하지 않고 덕아웃으로 향했다.
전날 3연승을 달린 SK의 상승세를 막아선 롯데였다. 롯데로서는 이날 승리하면 선두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 게다가 3연승으로 한껏 오름세 분위기를 탈 수 있었다. 결국 박희수에 흐름이 막힌 모양새가 됐다.
박희수의 피칭은 타선이 7회 6-2로 점수차가 벌이자 더 위압적으로 보였다. 첫 타자 정훈을 풀카운트 접전 끝에 체인지업으로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박종윤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홍성흔을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했다. 박희수는 8회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3구만에 손아섭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날 경기를 포함 5경기에서 7⅔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한 박희수다. 박희수는 전날 경기에 앞서 "맞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다. 뒤에서 막아 줄 것이라 믿는다"면서도 "다만 동료가 내보낸 주자들을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각오는 있다. 그래서 더욱 집중한다"고 밝혔다. 또 "작년 정우람이 맡은 역할을 하고 있는데 사실 힘들긴 하다. 지금 개인적인 불만은 풀카운트 승부가 많다는 것"이라고 오히려 스스로를 다그쳤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