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자가 더 편해요."
작년부터 자주 하는 말이다. 'SK 필수 옵션' 박희수(29)가 위기마다 팀을 구해내고 있다.
박희수는 1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원정경기에 등판, 1⅔이닝을 1피안타 3탈삼진으로 무실점했다. 선발 마리오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박희수는 2-2로 팽팽하게 맞선 6회 2사 1,3루 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결과 3홀드 뒤 첫 승을 올렸다.

첫 타자 김주찬을 4구만에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과감한 몸쪽 승부를 택했다. 1안타에 불과했지만 모든 타석에서 매서운 타격을 뽐냈던 김주찬이었다. 그만큼 박희수의 구위가 시즌 초반부터 무섭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희수의 등장은 상대적으로 팬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한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척척 제 몫을 해내기 때문이다. 우타자 타석에 좌완 박희수의 등장은 언뜻 언밸런스 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박희수의 작년 기록을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1할3푼5리에 불과한 반면 좌타자에는 2할3푼2리로 오히려 더 높다. 이날도 좌투좌타 박종윤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홍성흔을 병살타로 유도해냈다.
박희수의 진가는 SK 마운드 운용에서도 드러난다. 정우람을 편안하게 임시 마무리로 쓸 수 있는 이유도 박희수가 있기 때문이다. 박희수가 없었다면 상상하기 힘든 시나리오다. 중간 허리를 비우고 정우람을 빼서 엄정욱 자리에 넣는다는 것은 부담이 컸을 수 있다.
5경기(7⅔이닝) 동안 2피안타만 내준 박희수는 "아무래도 투심 패스트볼이 좋아 우타자들이 잘 속는 것 같다"면서도 "올해는 좌타자도 조금씩 편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작년 박희수는 투심, 직구, 커브에 의존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때 연마다한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좌타자까지 현혹시키고 있다.
13개로 팀내 탈삼진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박희수는 "이제 몇 경기 안나왔다"면서 "주자가 있는 위기에서 오르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졌다. 이번만 막으면 우리팀이 이길 수 있다는 각오로 등판한다. 초구가 스트라이크로 들어가면 더 편하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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