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4번 정성훈, 1994년 해결사 한대화의 재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4.19 09: 26

1994년 한대화의 재림인가.
LG 4번타자 정성훈(32)이 명실상부한 해결사로 떠올랐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었던 1994년 당시 4번타자 한대화 한화 감독을 연상시키는 해결사 본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정성훈은 지난 18일 청주 한화전에서 0-1로 뒤진 7회초 무사 2루에서 박찬호의 초구 가운데 높은  142km 투심 패스트볼을 놓치지 않고 좌중월 역전 투런 홈런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김기태 감독이 기대한 4번타자 정성훈의 모습이었다.
지난 몇 년간 LG는 고정된 4번타자가 없었다. 2009년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떠난 후 박용택·이병규 등이 번갈아가며 4번타자로 기용됐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감독은 "4번타자는 팀의 중심이다. 팀의 밸런스를 맞춰줄 의무가 있다. 새로운 4번타자를 만드려 한다"며 정성훈을 새로운 4번타자로 낙점했다. 좌타 일색의 라인업에서 희소가치 있는 우타자로서 해결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개막 후 9경기에서 보여준 정성훈의 모습은 김기태 감독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 30타수 11안타 타율 3할6푼7리 3홈런 9타점. 특히 득점권에서 10타수 5안타로 남다른 클러치 능력을 과시했다. 최근 3경기에서는 데뷔 후 처음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렸는데 지난 15일 잠실 KIA전에서 6회 팀의 리드를 안기는 결승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17일 청주 한화전은 동점을 만드는 솔로포였다. 그리고 18일에는 박찬호를 울린 역전 투런포.
1994년 LG의 4번타자를 맡은 한대화 한화 감독을 연상시키는 클러치 능력이다. 1994년 LG 이적 첫 해 한대화는 106경기에서 타율 2할9푼7리 10홈런 67타점을 기록했다. 타율과 타점 9위에 출루율도 3할8푼4리로 전체 6위였다. 유지현-김재현-서용빈에 이어 찬스에서 해결해 주는 찬스에 강하고 노련한 4번타자 한대화의 존재는 상대에게 보이지 않는 부담감을 주었다.
실제로 1994년 이적 후 첫 경기였던 4월9일 인천 태평양전에서 3-2로 리드하던 9회초 쐐기 1타점 적시타로 예사롭지 않은 신고식을 치른 한대화는 6월17일 잠실 해태전에서는 0-0으로 맞선 9회말 1사 1·2루에서 송유석을 상대로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끝내기 2루타를 터뜨리며 2위 해태와 격차를 5경기로 벌렸다. 이후 LG는 1위를 쾌속질주했다. 7월28일 수원 태평양전에서도 2-3으로 뒤진 6회초 2사 1·2루에서 중견수 키를 훌쩍 넘기는 역전 결승 2타점 2루타로 포효했다. 태평양과 한국시리즈에서도 15타수 1안타로 부진했지만 그 1안타가 바로 최종 4차전 1회초 1사 2·3루에서 최창호를 상대로 터뜨린 선제 결승 2타점 적시타였다.
당시 한대화는 우리나이 서른다섯 베테랑으로 전형적인 거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터뜨린 홈런 10개는 영양가 만점이었다. 홈런 10개 중 3점차 이내 9개, 2점차 이내 8개, 1점차 이내 7개로 그야말로 필요할 때마다 터졌다. 홈런 10개 중 4개가 승부를 가른 결승포였다. LG는 한대화가 홈런을 터뜨린 10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찬스에 강한 4번타자가 무엇인지를 1994년 한대화가 제대로 보여줬다.
올 시즌 초반 정성훈의 모습이 바로 1994년 해결사 한대화의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다. 필요할 때마다 터지는 홈런과 결정적인 해결 본능은 LG를 승리로 이끌고 있다. 심지어 포지션도 3루 핫코너를 지킨 한대화와 같다. 정성훈은 4번타자 역할에 대해 "아직 자리를 잡았다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은 "시즌 마지막까지 좋은 결과 있기를 기대한다"고 믿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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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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