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이대호, 흔들릴 뿐 무너지지 않는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2.04.19 07: 56

오릭스의 거포 이대호(30)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개막 이후 14경기에서 모두 4번타자로 나섰지만 타율 1할9푼6리의 극심한 부진이다. 홈런 뿐만 아니라 2루타도 없이 단타 10개만 기록했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이다. 이제는 4번타자 자리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첫 고비라고 볼 수 있다.
원래 4번 타자는 상대 투수들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다.  투수들이 유난히 집중력을 갖고 이대호를 상대하고 있다. 모두 가운데를 기준으로 좌우의 스크라이크 존을 크게 활용하는데다 떨어지는 몸쪽 변화구로 공략하고 있다.

워낙 제구력이 뒤어나기 때문에 선구안이 좋은 이대호도 투수들의 실투를 노릴만한 기회가 없다. 그러다보니 쉽게 방망이가 나가고 변화구에 헛스윙이 많아지고 있다. 좀처럼 상대 투수들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상대 투수를 경험하지 못한 점도 이유이다.  이 문제는 지바 롯데에서 뛰었던 김태균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태균은 2010년 개막 직후 "시범경기 때의 볼은 그저 맛보기용일 뿐이었다.  막상 시즌이 시작되니까 상대해보지 않는 투수들도 많다. 경기전 비디오를 보지만 도무지 어떤 볼을 던질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힘들다"고 토로한 바 있다.
역시 일본투수들을 모르는 이대호로서는 수세적인 입장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볼이 뜨지 않고 땅볼이 많이 나오고 홈런포가 터지지 않으면서 타석에서 서두르는 모습도 나왔다. 아울러 오카다 감독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까지 겹치면서 타자들이 말하는 슬럼프에 빠지고 있다.
이대호는 지난 18일 소프트뱅크와의 홈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마지막 타석에서 몸쪽 변화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자기 자신을 향해 불만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볼수 없었던 모습이어다.
실마리를 풀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김태균도 개막 직후 6연속 삼진을 당하는 수모를 겪고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끝내기 안타를 날리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힘들수록 여유를 잃지 않아야 한다. '부산사나이' 이대호는 화끈하고 강하다. 흔들릴 뿐 무너지지 않는다. 한때의 시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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