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미스한 부분이 있었다".
LG 김기태 감독은 지난 17일 청주 한화전에서 6-7로 재역전패한 뒤 "할 말이 없다"는 말을 남긴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승패를 떠나 언제나 기본적인 멘트를 남기는 김기태 감독이었기에 노코멘트에 가까운 "할 말이 없다"는 멘트는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튿날 김 감독은 "선수들이 못해서 할 말 없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반성할 게 있다는 뜻이었다. 감독이 미스한 부분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 감독이 말한 미스란 선발투수 임찬규이 교체 시기를 의미했다.

이날 LG는 4회초에만 이진영의 투런포와 오지환의 스리런 홈런으로 5득점하며 6-2로 뒤집었다. 그러나 4회말 임찬규가 2사 이후에만 4연타석 안타를 맞는 등 6안타 5실점으로 순식간에 무너지며 6-7로 역전당했다. 결국 LG는 1점차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며 아쉽게 패했다. 4회 4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게 아쉬웠다.
김 감독은 "나도 그 점수가 그리 될 줄은 몰랐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바꾸자고 했지만 내가 막았다. 앞으로 시즌을 길게 보고 싶은 게 속마음이었다"며 "그런 점이 선수들에게 있어 미안했던 것이다. 질 때 편하게 져야 하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늘 이기는 경기는 생각나지 않고 지는 경기만 복기하게 되더라. 이런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크나큰 영광을 얻으려면 굉장한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캠프 때부터 선수들에게 말했지만 그걸 버티지 못하면 영광을 얻을 자격이 없다. 고통과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말로 강한 결의를 드러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승4패로 5할 승률선이 위협받은 LG는 6회까지 0-1로 끌려다녔지만 7회초 정성훈의 역전 결승 투런 홈런에 힘입어 6-1 짜릿한 역전승으로 다시 또 반등했다.
LG는 시즌 전부터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개막과 함께 우승후보 삼성 상대로 2연승했지만 지난 13일 잠실 KIA전에서 마무리 레다메스 리즈의 사상 초유 16연속 볼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15일 잠실 KIA전에서 리즈의 세이브로 승리를 엮어내며 고비를 잘 넘겼다. 한화와의 청주 원정에서도 5할 승률이 위태위태했지만 힙겹게 이겨냈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오뚝이를 연상시킨다.
올 시즌 LG 야구가 그렇다. 힘들 때일수록 더 뭉친다. 감독부터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하고 선수들을 보듬는다. 김기태 리더십이 LG를 새롭게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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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