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탈보트, 두산이 취해야 할 자세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19 11: 05

초반 계투진의 페이스가 지난해만큼 올라오지 못했다고는 해도 어쨌든 그들은 최강 계투팀이다. 결국 계투로 바통이 넘어가기 전 낯선 외국인 선발 투수를 확실히 공략해야 안방 3연전 팬들에게 멋진 선물을 선사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한 시즌 10승 경력의 미치 탈보트(29,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두산 베어스 타선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두산은 지난 17,18일 상대 선발 장원삼-윤성환을 연속 공략하며 홈 2연승을 달렸다. 17일 장원삼을 상대로 두산은 1회부터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며 타자일순 8득점하는 위력을 보여줬다. 18일 경기서는 선발 이용찬이 6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친 가운데 4,5,6회 연속 득점을 뽑아내며 '한 점을 중시'하는 김진욱 감독과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를 흐뭇하게 했다.
19일 선발로 나서는 삼성의 새 외국인 투수 탈보트는 2010년 추신수의 소속팀인 클리블랜드 유니폼을 입고 10승(완투승 1회) 13패 평균자책점 4.41의 성적을 올린 전력을 지녔다. 최고 150km에 이르는 빠른 직구는 물론 서클 체인지업의 낙차가 커서 타자가 공략하기 쉽지 않은 스타일이다. 130km대 후반의 투심 패스트볼도 땅볼 유도에 마침맞은 구질이다.

 
최근 2년 간 두산은 낯선 외국인 투수나 신예급 투수들에게 약한 면모를 보였다. 그에 대해 타 구단 전력 분석원은 "힘으로 우격다짐식 타격을 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코치 지시에 따라 노림수 타격을 한다고 해도 어떤 구종, 어떤 코스를 노려서 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그저 힘으로 때려내려다 전체적으로 말리는 경우가 많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최근 삼성과의 2경기는 버릴 코스는 버리고 취할 코스는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바람직한 노림수 타격이 나오고 있다. 17일 경기서 김동주는 장원삼의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제대로 걷어올려 선제 결승타로 연결했고 최준석은 풀카운트까지 장원삼을 괴롭게 한 뒤 높게 몰린 공을 그대로 당겼다.
18일 선제 결승타를 때려낸 최재훈도 "이명수 코치께서 몸쪽 공보다는 바깥쪽 변화구를 노리고 들어가라고 하셔서 그 코스를 노리고 있었는데 마침 초구부터 바깥쪽 변화구가 왔다"라며 상황을 복기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 구종과 코스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고 상대를 공략한 것이 디펜딩챔피언과의 첫 2경기를 승리할 수 있던 비결 중 하나다.
좋은 구위를 지닌 탈보트라도 약점은 있다. 시범경기 초반 셋포지션에서 최대 2.28초의 '느림보 투구폼'을 보였던 탈보트는 현재 1.5~1.6초대까지 셋포지션 시간을 줄였다. 아직도 국내 리그 기준으로 보면 느린 편이지만 그래도 2초대에 형성되던 시범경기 셋포지션 시간을 감안하면 발전상이 뚜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빨리 던지려다보니 투구 시작부터 힘을 제대로 싣지 못하는 투구를 한다는 점이다. 지난 12일 탈보트는 6이닝 4피안타 2실점 쾌투로 첫 승을 거뒀으나 그의 투구를 지켜본 다른 구단 전력분석원들은 "직구 볼 끝이 주자 유무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라고 밝혔다. 아직 셋포지션이 느린 것이 스스로 마음에 걸린다는 증거다.
1차적으로 두산 타자들이 경기를 통해 접하지 못한 탈보트의 투구 배경지식을 쌓고 자신이 어떤 공을 공략할 것인지 염두에 두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출루 시에는 누상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배터리를 긴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 두산은 2000년대 말 '발야구' 원조로 꼽힌 팀이다.
지난 18일 두산-삼성전을 지켜본 한 구단 전력분석원은 "지난해까지 2년 간 두산 타자들은 우격다짐식 파워배팅을 고수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자기 스트라이크 존을 잡고 구종과 코스, 밀어쳐야 할 때는 타구를 자신이 보내야 할 곳에 집중하려는 모습이 보이더라"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다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두산이 시즌 첫 3연승을 안방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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