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기억도 못 하는데, 허허".
19일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경기를 앞둔 사직구장. 경기 전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던 양승호(52) 감독은 과거 이야기 한 조각을 꺼냈다. 바로 건너편 덕아웃에 있던 SK 이만수(54) 감독과 관련된 추억이었다.
고려대 1학년 재학시절 양 감독은 한양대와의 경기에 출전했다. 당시 한양대 주전포수는 4학년이었던 이 감독이었다. 현역 시절 선수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이 감독의 입담은 대학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감독은 "당시 포수의 필수 덕목가운데 하나가 소리지르는 것이었다. 만약 포수가 조용히 있으면 선배들에게 얼차려를 받곤 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야구 라이벌이었던 고려대와 한양대, 고려대 선수들에겐 안타 잘 치고 포수 마스크를 쓰고 쉴 새 없이 떠들어 댄 이 감독이 '주적'과도 같았을 터. 한 날은 고려대 선배들이 신입생이던 양 감독을 불러 '특명'을 내렸다고 한다. 양 감독은 "선배들이 나더러 타석에 들어서서 배트를 뒤로 휘둘러 이만수 감독을 한 번 치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늘같은 선배들의 지시를 1학년이 어길 수는 없는 일. 울며 겨자먹기로 양 감독은 방망이를 휘둘러 이 감독의 포수 마스크를 때렸다고 한다. 그때 이 감독이 양 감독에게 했던 말, "니가 무슨죄가 있겠노. 선배들이 시키서 그런거지"였다고 한다. 잔뜩 긴장했던 양 감독에겐 큰 위로가 되는 말이었을 터.
이 말을 전해들은 이 감독은 껄껄 웃으며 "난 기억도 안 난다. (양승호 감독) 기억력도 좋네"라고 말했다. 지금도 포수들 가운데 몇몇은 타석에 선 타자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시키며 정신을 분산시키려 시도한다. 이 감독은 "진짜 옛날엔 야구 못되게 했었다"면서 "내가 오죽 떠들었으면 선배들이 '넌 죽으면 입만 동동 뜨겠다'라고 말 할 정도였다"고 했다.
이 감독이 그렇게 끊임없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떠든것도 자의반 타의반이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예전엔 캐처가 가만 있으면 혼났다"며 "중학교때 야구를 시작했는데 변성기가 올 때 하도 크게 떠들어서 목소리가 변했다. 한 번은 목에서 피가 나기도 할 정도였다"고 치를 떨었다.
이와 같은 방망이 테러(?) 사건 외에도 이 감독은 숱한 보복을 당했다 한다. 이 감독은 "고등학교, 대학교 때 사구를 제일 많이 많은 게 나였다. 떠든다고 맞고, 홈런 친다고 맞고, 홈런 치고 좋아한다고 맞고…이래서 맞고 저래서 맞고 참 많이 맞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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