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LG 선발진의 비밀병기가 될 것인가.
LG의 좌완투수 이승우(24)가 지난 8일 삼성과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깜짝 활약을 펼친 데 이어 19일 한화전에서도 무실점 투구로 맹활약했다. 2009시즌 5경기에 출장해 평균자책점 8.31을 올린 것이 1군 기록의 전부인 투수가 장원삼·류현진 등 리그를 주름잡는 에이스 투수와의 맞대결에서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LG는 이승우의 호투에 힘입어 삼성·환화와의 시리즈를 가져갈 수 있었다.
사실 3월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도 이승우의 1군 진입을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 및 재활로 인해 경찰청 소속으로 퓨처스리그에서 3⅓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고 전역 후에도 재활에 매달렸다. 전지훈련 명단에도 제외됐고 겨울 내내 실전등판보다는 2군에서 몸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는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후 이승우의 상태가 좋다는 보고를 받았고 곧바로 1군에 올려 구위를 점검했다. 신인 최성훈부터 이상열·류택현 등의 베테랑과 신재웅·봉중근 등 재기를 노리는 투수들까지 1군 후보에 올라온 좌완투수는 포화상태였지만 이승우는 이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1군 진입에 성공, LG의 변칙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이승우는 구위로 상대 타선을 압도하는 투수는 아니지만 공 자체가 까다로운 각도로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고 안정적인 제구력과 경기운용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효봉 해설 위원은 장충고 시절 두산 이용찬과 함께 좌·우 원투펀치를 형성했던 이승우를 회상하며 “고등학생이지만 선발투수로서 경기를 풀어갈 줄 아는 투수였다. 당시 이용찬이 힘을 앞세운 투구를 펼치며 경기 후반을 책임졌다면 이승우는 선발 투수로 나와서 경기 중반까지 마운드를 지켰었다”며 “고교시절에도 빠른 공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볼의 무브먼트가 좋았고 서클 체인지업과 커브를 잘 구사해 굉장히 매력적인 투수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 위원은 “특히 시속 137, 138km 정도가 나오는 투심성 직구가 뛰어난데 타자의 배트와 빗맞게 돼서 땅볼을 쉽게 유도한다. 그동안 프로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잘 살린다면 1군에 자리 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난 8일 이승우의 선발 등판에 앞서 이승우에 대한 기대감을 전한 바 있다.
표본은 두 경기 밖에 안 되지만 지금까지 이승우는 자신의 장점을 100% 살리고 있다. 이 위원의 말처럼 이승우의 투심 패스트볼은 1군 무대에서도 내야 땅볼을 유도하는 데 최적의 무기고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의 변화구는 위기 상황에서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주효하다. 올 시즌 2경기 10⅓이닝을 소화하면서 볼넷이 2개 밖에 없을 만큼 안정적인 제구력을 뽐내고 있으며 WHIP(이닝당 출루 허용율)도 1.06으로 준수하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서 제구력이 더 예리해지며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게 최대 장점이다.
지난 두 경기의 호투를 발판으로 이승우는 주키치·임찬규·김광삼처럼 선발로테이션에 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9일 경기 후 김기태 감독은 “투수코치·트레이닝 파트와 상의해 봐야겠지만 될 수 있으면 앞으로 (1군에서) 함께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는 말로 이승우의 중용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승우에게 1군 무대는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이승우가 1군 마운드에서 느끼는 것 이상으로 이승우를 상대하는 타자들은 이승우의 공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승우는 제구력과 경기운용 능력이 투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보여주는 중이다.
이승우는 “전역 후에도 재활에 매진해야 했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1군에 올라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경찰청 시절부터 유승안 감독님을 비롯해 함께 LG로 온 (우)규민이 형이 서두르지 말라고 조언해줬고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게 된 거 같다”며 “지금은 아픈데도 없고 컨디션도 좋다. 무엇보다 팀에 보탬이 되고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 팀이 4강에 들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LG 선발진의 비밀병기로서 새로운 신데렐라 이야기의 탄생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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