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상처’ 달고 사는 이종욱의 '대단한' 233도루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20 09: 30

도루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상대 투수의 빈 틈을 노려야 하고 포수의 강견을 뛰어넘어 다음 베이스를 먼저 찍어야 한다. 순발력은 물론이고 대단한 집중력과 숨을 참고 전력질주하는 데다 수비수와의 충돌도 감수해야 한다. ‘종박’ 이종욱(32, 두산 베어스)의 통산 233도루에는 아픔을 감내한 투지가 숨어있다.
이종욱은 지난 19일 잠실 삼성전 1회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후속 타자 임재철 타석 3볼서 2루를 훔쳤다. 약간 위험한 타이밍이었으나 2루심의 손은 세이프를 가리켰고 그와 함께 이종욱은 시즌 첫 도루이자 통산 233도루로 역대 단독 12위에 올랐다.
경기 전 이종욱은 홍성대 트레이너의 치료를 받고 있었다. 워낙 슬라이딩을 많이 하며 몸을 아끼지 않는 이종욱인 만큼 그의 양쪽 무릎 밑에는 훈련 개시 이전이었음에도 마치 조금 전 다친 듯 피가 그대로 묻어나왔다.

이를 지켜 본 김민호 작전주루 코치는 내심 안쓰러워하면서 “도루를 많이 시도하는 선수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신의 무릎도 걷어올려 보여줬다. 연습생으로 시작해 1995시즌 한국시리즈 MVP, 골든글러브 수상자로까지 우뚝 선 뒤 2003시즌 후 은퇴해 8년 여가 지난 김 코치의 무릎에도 쓸리고 쓸린 상처가 쌓여 마치 칼로 후벼 판 듯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요령 좀 갖춰서 훔쳐야지 이 녀석아”라는 김 코치의 애정 어린 핀잔에 “뭐, 어쩔 수 있습니까. 뛰다 보니 다치잖아요”라며 웃은 이종욱. ‘200도루는 넘게 해 봤냐’라는 김 코치의 농담이 이어졌고 이종욱은 “글쎄요. 내가 도루를 몇 개 했지”라며 웃었다. 그런데 기록을 찾아보니 19일 경기 전까지 이종욱과 김 코치는 통산 232도루로 역대 공동 12위에 올라 있었다. 김 코치가 생각한 것보다 이종욱이 꽤 많이 누를 훔쳤던 것이다.
머쓱한 김 코치는 ‘이종욱이 의외로 많이 뛰었네’라며 내심 기특한 표정을 지은 뒤 다시 그라운드로 향했다. 그리고 이종욱은 이날 경기서 시즌 첫 도루이자 233도루로 김 코치를 넘어섰다.
경기 후 이종욱은 “그냥 열심히 냅다 뛴 거지, 뭐”라며 너털웃음을 지은 뒤 “상대 선발 미치 탈보트의 퀵 모션이 느린 편이기도 했고. 공이 평소보다 안 좋았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팀의 1번 타자로서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야 한다는 제 임무를 알고 있는 만큼 이종욱은 자기 기록보다 상대 허점을 파고들었다는 점 먼저 생각했다.
김진욱 감독은 이종욱에 대해 ‘우리 팀 부동의 1번 타자’라며 무한 신뢰감을 보여줬다. 투수를 괴롭히는 능력은 물론이고 아직도 누상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주자이기 때문이다. 경기 마다 상처로 인해 피가 멎을 날이 없는 이종욱의 양 무릎 상처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서 노력이 숨어있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