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몸 개그로 유명한 삼성 내야수 박석민(27)은 요즘 들어 진지해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타고난 기운을 감출 수는 없었다.
한화와 삼성의 시즌 첫 대결이 열린 20일 청주구장. 삼성이 6-0으로 리드한 4회초 1사 2·3루에서 최형우가 3루수 앞 땅볼을 쳤다. 한화 3루수 이여상이 빠르게 공을 캐치해낸 순간 3루 주자 박석민이 움찔했다. 이여상은 곧바로 공을 잡은 채 박석민을 뒤쫓았다. 그대로 태그아웃이 될 만한 상황.
하지만 박석민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여상의 태그를 재빨리 피한 박석민은 홈으로 향해 달렸다. 이여상이 포수 최승환에게 공을 넘기자 박석민은 다시 3루로 턴했다. 그 사이 2루 주자 이승엽이 3루 베이스를 밟았고, 박석민은 거의 스리피트 라인을 벗어나며 한화 3루수 이여상을 따돌리려 했다.

3루심 콜이 제대로 선언되지 않은 사이 이여상과 최승환은 박석민 잡는데 안간힘을 썼다. 이 틈을 타자 주자 최형우가 놓치지 않았다. 박석민이 혼신의 주루 플레이로 한화 수비진을 교란시키는 사이 최형우는 2루까지 진루했다. 박석민은 결국 아웃됐지만 주자 2명을 그것도 2·3루까지 진루시키는데 성공했다.
덕아웃으로 들어온 박석민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비록 4회 삼성이 득점을 올리지 못했지만 박석민의 주루플레이는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어진 6회 타석에서는 한화 3번째 투수 송창식의 3구째 가운데 높은 141km 직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비거리 130m 장외 홈런으로 괴력을 발휘했다.
지난 2009년 8월8일 사직 롯데전 이후 2년8개월11일 날짜로는 986일만에 2번타자로 나온 박석민은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으로 활약하며 류중일 감독이 강조하는 '공격적인 2번타자'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상대 수비를 교란시킨 주루 플레이까지 적어도 이날 경기의 박석민은 만점짜리 2번타자였다.
경기 후 박석민은 "2번 타순은 2008년 준플레이오프 때 잘했던 기억이 있다. 뒤에 (이)승엽이형과 (최)형우형에게 찬스를 이어주기 위해 출루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2번보다는 5번 타순이 더 재미있다"며 웃은 뒤 주루 플레이 상황에 대해 "타자 주자를 보내주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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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