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형 포수도 팀 승리를 이끌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LG의 투수들은 호투 소감을 전할 때마다 “심광호 포수의 리드대로 던졌다”고 입을 맞춘다. 그리고 어린 포수들도 “심광호 선배님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셨다”고 자신의 멘토를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다.
올 시즌 LG 17년차 베테랑 포수 심광호의 새로운 도전이 진행되고 있다. 심광호에게 주목할 부분은 많지 않다. 통산 타율은 2할대 초반이고 도루 저지에 능한 강한 어깨를 지니지도 않았다. 하지만 기록되지 않는 부분,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심광호는 좋은 포수다. 투수 리드를 위한 자세나 포구가 안정적이다. 그리고 상대 타자들을 분석하고 상대 타선의 흐름을 저지하기 위해 항상 연구한다.

LG 좌완 에이스 투수 벤자민 주키치의 주무기는 커터다. 특히 우타자 몸쪽으로 낮게 형성되는 커터는 알고도 공략하기 힘들다. 각이 예리하게 형성될 뿐더러 스트라이크존 끝부분을 꿰뚫기 때문에 쳐도 내야땅볼에 그친다. 에이스 주키치는 선발 등판마다 심광호와 호흡을 맞추는데 심광호가 주키치의 전담 포수인 이유 역시 이 커터에 있다.
타자가 공략하기 힘든 공인만큼 그 공을 잡아야만 하는 포수 역시 보통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쉽게 받으려하면 스트라이크도 볼판정이 난다. 주심의 시야를 확보해주기 위해 포구시 충분히 공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글러브의 방향도 주심의 시야에 들도록 해야 한다. 심광호는 주키치의 커터를 잡을 줄 아는 포수다.
주키치와의 호흡 뿐이 아니다. 경기에 대비해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도 치밀하다. 올 시즌초 LG의 깜짝 스타로 떠오르는 이승우나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베테랑 선발 투수 김광삼 모두 호투 후 “심광호 선배의 리드가 좋았다. 나는 그저 포수 미트만 보고 공을 던졌을 뿐이다”고 화색을 보였다.
20일 LG는 선두 SK와 맞붙었다. 공교롭게도 지난 14년간 LG 안방마님 자리를 수성했던 조인성이 친정팀과 공식전 첫 경기를 치렀다. 조인성은 지난 시즌까지 LG 유니폼을 입고 맹타를 휘둘러왔다. 포수 공격력에 있어서는 리그에서 최상위권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날 조인성은 지명타자로 출장했고 LG는 마운드에 오른 주키치·유원상·리즈가 모두 호투해 승리를 챙겼다.
경기 후 심광호는 “전지훈련부터 포수들과 투수들이 서로의 약점을 메우려는 시도를 많이 했다. 가령 2루 송구 능력이 떨어지는 포수와 호흡을 맞춘다면 투수는 그만큼 더 견제에 신경 쓰기로 했다”며 “날 믿어주는 투수들에게 고맙다. 선발 등판한 주키치의 경우 전반적인 구위가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직구를 구사하지 않을 수 없기에 직구를 주문했고 내 리드를 믿어줬다. 올 시즌 나 같은 수비형 포수도 팀의 승리를 이끌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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