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가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화가 최악의 스타트로 시즌 초반부터 바닥을 치고 있다. 개막 후 11경기 2승9패 승률 1할8푼2리. 지난해 개막 11경기에서도 2승9패로 최악의 부진을 보였는데 올해도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애초부터 강력한 최하위 후보로 지목받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당당히 4강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혔기에 더욱 쓰라리다. 기본이 무너져 공수에서 속절없이 흔들리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수비의 달인' 후쿠하라 미네오 수비코치를 영입하며 수비력 강화에 올인했다. 한대화 감독은 "내야의 흙을 교체한 구장이 많기 때문에 내야 수비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감독의 예언대로 올 시즌 초반 다져지지 않은 내야의 딱딱한 흙은 중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변수에 가장 휩쓸린 팀이 한화다. 어이없는 실책이 많다.

한화는 올 시즌 11경기에서 실책 9개를 범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한대화 감독은 "아직 인조잔디에서 한 번도 경기하지 못했다"고 했다. 천연잔디는 인조잔디보다 불규칙 바운드 같은 예기치 못한 타구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그걸 감안해도 한화의 실책이 많은 건 의심의 여지 없다. 실책 9개가 모두 내야에서만 속출됐다. 그 중 절반인 4개가 이대수의 실책이다.
한대화 감독은 "실책 개수보다 언제 하느냐가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한화는 실책이 9개 모두 3점차 이내 접전에서 나온 실책이었다. 실책이 홈런으로 이어진 것도 두 차례. 실책 이후 실점이 6차례로 확률이 66.7%였다. 실책을 해도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데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한화는 실책도 가장 많고, 실책 후 실점 확률도 가장 높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수비 뿐만이 아니다. 세심한 플레이가 요구되는 주루 플레이에서도 아쉬움 많다. 주루사만 9개로 이 역시 리그에서 가장 많다. 한상훈·오선진·최승환·최진행·연경흠·장성호·하주석이 돌아가며 주루사로 아웃됐다. 고동진과 이여상은 견제사로 허무하게 잡혔다. 주루사·견제사만 도합 11개. 그 중에는 2루 베이스 이상의 득점권에서 죽은 주자만 7명이나 된다. 득점권의 주자가 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횡사하며 흐름이 끊기길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안정된 수비는 마운드를 뒷받침하고, 효율적인 베이스러닝은 공격력을 극대화한다. 강팀들이 갖춘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약팀들은 바로 이 기본에서 무너져 있다. 2012년 4월 잔인한 봄을 보내고 있는 한화도 기본에서 무너지며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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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