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스러운 일정에도 '한국 수영의 희망' 박태환(23, SK텔레콤)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피곤하지만 분명히 얻어가는 것이 있는 대회 출전이었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지난 20일 울산 문수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84회 동아수영대회 일반부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46초09의 대회신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운 1분44초80의 자신 최고기록에는 비록 1초29 뒤졌지만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했을 때 나쁜 기록은 아니다.
물론 이번 대회서 박태환은 부담을 안고 출전했다. 일정이 빡빡해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담스러운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태환은 결과에 만족했다.

박태환은 400m에서 3분47초41을 기록했다. 자신의 최고기록 3분41초53에 한참 못 미쳤다. 그리고 지난 2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스테이트 오픈 때의 3분45초57보다도 뒤졌다.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라면 박태환은 최소한 3분45초 이내 기록을 내야 했다.
하지만 경기가 30분이나 지연되고 유년부와 초등부 등 1000명 이상의 선수가 몰리면서 경기 전에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환경이 분명 악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은 만족해 했다. 그는 "조정기 없이 나온 기록으로는 만족스럽다"면서 "국내 팬들에게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지막에 지친 것이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기대하신 것 만큼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이클 볼 코치는 “지난 호주 대회 때는 1500m에서 지구력 향상, 이번 대회에서는 200m에서 스피드가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며 “행복하지만 만족하지는 않는다. 남은 10%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동아수영대회에 꼭 출전할 필요는 없었지만 박태환은 자신감이라는 무기를 얻었다. 좋은 않은 경기력과 부담스러운 적응 시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닥친 레이스를 소화할 수 있다는 심적인 자신감을 챙겼기 때문이다.
특히 빠듯한 일정을 볼 코치가 완벽하게 조절하면서 런던 올림픽서 생길 수 있는 변수들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박태환은 이에 대해 "예선도 뛰었는데 간격이 짧아서 연습 일정이나 식사도 빠듯했다. 볼 코치가 잘 조절해주셔서 덕분에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고마운 감정을 드러냈다.
비록 완벽한 무대는 아니었지만 박태환은 일단 성공적인 경기력으로 자신감을 얻고 런던 올림픽을 임하게 됐다. 그것이 이번 대회에 참가한 박태환이 일궈낸 가장 큰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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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