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스나이퍼 "내 일기장 같은 앨범..더 진지해졌죠"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2.04.21 16: 01

어느새 가요계엔 ‘앨범’이나 ‘컴백’이라는 단어가 어색해졌다. 매일같이 쏟아져나오는 디지털싱글과 미니앨범에 몇몇 가수들은 공백기도 없이 두어달마다 ‘컴백’을 반복한다. 가수들이 연중 무휴의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
이런 와중에 MC스나이퍼는 2년6개월만에 ‘진짜 컴백’을 했다. 최근 발매한 6집 ‘풀 타임(Full Time)'에는 무려 20트랙이 빼곡히 담겼다. 10대 임신문제부터 죽음에까지 실로 다양한 주제의 곡들이 이어진다.
“원래는 16트랙씩 CD 2장을 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20곡만 고른거죠. 타이틀곡은 이루마씨와 함께 한 ‘할 수 있어’와 신나는 ‘푸시 잇’ 등 두 곡이에요. ‘할 수 있어’는 기존 제 곡의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고, ‘푸시 잇’은 최근 가요계에 대한 염증을 그려냈어요.”

‘푸시 잇’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폐해, 들쑥날쑥한 심의 등을 비판하는 가사가 담겨있다. 노래는 '먹히는 음악 시작해 영양가 따위 그냥 다 빼. 그저 신나게 뿅 가게 임팩트 있게, 이건 아직 약해. 그럴 때는 따온 멜로디를 섞고 아무 의미 없는 외계어 좀 넣어줘' 등의 내용으로 이뤄졌다.
“아이돌 그룹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지금의 인기를 얻는 건 존중해요. 다만 가요계가 너무 아이돌 위주로 재편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죠. 오디션 프로그램도 다 좋지만, 누가 누구를 평가한다는 게.. 음악은 음학이 아니잖아요.”
이번 앨범은 지난 2년여의 공백동안 MC스나이퍼가 직접 겪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모두 모았다. 일종의 일기장인 셈.
“‘레터 투 헤븐’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쓴 곡이에요. 특히 터틀맨 형에 대한 얘기죠. ‘데이빗’은 고등학교 때 친구가 낳았던 아이 얘기를 다뤘어요. ‘불량품’은 영화 ‘도가니’를 보고 쓴 곡이고요.”
30대 힙합가수가 솔직하게 풀어놓은 가사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팬들의 깊은 공감을 산다. 힙합 음악 특유의 날선 공격보다는 다양한 이야기에 대한 성찰이 주를 이룬다.
“좀 더 진지해졌어요.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관을 짜는 사업을 하는 분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되는 거잖아요. 그 분이 사업 걱정을 하는 게 과연 악하기만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예전엔 모든 게 흑 아니면 백이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점점 난해한 것들이 생겨요.”
MC스나이퍼는 특히 시간에 좇겨 사는 현대인들이 이 음반을 들으면서 잠깐 ‘쉼표’를 찍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화끈한 이슈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저 제 음악을 통해서 팬들이 자기 삶도 한번쯤 돌아봤으면 해요. 평소에는 몰랐다가도, 한번 멈추면 보이는 것들 있잖아요. 그런 걸 보게 해주는 앨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rinny@osen.co.kr
스나이퍼사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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