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여풍이 거세다.
예상대로 SBS 'K팝스타'가 여성 톱3만 남겨둔 상태에서 엠넷 '보이스코리아'도 여성 출연자들이 대거 세미 파이널에 올랐다. 우승 후보로 이름을 떨치는 출연자도 모두 여자다.
'K팝스타'는 백아연, 박지민, 이하이가 남은 상태. 이들 모두 10대 후반의 당찬 소녀들로,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에서의 남초 현상을 한방에 보란듯이 없애버렸다. 각자 강점도 모두 다르다. 이하이는 독특한 중저음의 보이스로 탄탄한 팬층을 구축해 사전 인기 조사에서 늘 1위를 기록 중이며, 박지민은 오디션 초반부터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주목받더니 '오버 더 레인보우'로는 총점 298점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백아연은 청초한 목소리에 발라드부터 섹시 댄스 장르까지 섭렵하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는 중. 여심을 홀렸던 박제형, 퍼포먼스로 상당한 팬층을 거느린 이승훈 모두 이들과의 경쟁에선 크게 밀리고 말았다.

두번의 경연만 남겨둔 'K팝스타'는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최초의 여성 우승자를 만들어낼 예정. 셋 모두 개성이 워낙 다르고, 자기 분야에 막강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 우승자를 쉽게 가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풍은 10대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보이스코리아'에서도 여성 출연자들의 파워가 대단하다. 지난 20일 방송에서 세미 파이널 진출권을 획득한 참가자는 모두 여성들. 우혜미, 하예나, 강미진, 유성은 등 4명의 출연자가 허공, 박태형 등 남성 출연자를 물리치고 살아남았다. 특히 독특한 보이스의 강미진과 '비나리'로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유성은은 이 프로그램의 아주 강력한 우승 후보다.

다음주에 치러지는 2라운드 경연 역시 여성 출연자의 활약이 기대된다. 폭발적인 성량을 지닌 손승연의 무대가 기다리고 있는 것. 이 외에도 방송이 끝나자마자 인기 동영상에 오르는 주인공들은 모두 여성들이라, 세미 파이널 무대도 '여초현상'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여풍은 지난해 까지만 해도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엠넷 '슈퍼스타K'와 MBC '위대한 탄생'에선 남성 출연자들의 인기가 워낙 높았기 때문. 여성 출연자들은 방송 초반 이슈 몰이에선 우위에 있다가도 문자 투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생방송 경연에선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대체로 여성 시청자들이 문자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면서 시청자들이 표를 던지는 기준은 다소 달라진 양상. 여성 네티즌의 참여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던 사전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하이, 하예나 등 여성 출연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 방송관계자는 "시청자들이 이제 더 이상 호감만으로 표를 행사하진 않는 것 같다. 더구나 객관적으로 봐도 여성 출연자들의 실력이 워낙 월등해 신기하긴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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