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LG의 수비가 달라졌다. 단순히 한 두 명의 수비력이 향상된 것이 아닌 외야 릴레이 플레이나 더블플레이 등 팀워크가 요구되는 부분에서 부드럽게 수비가 이뤄지고 있다.
LG는 탄탄한 수비에 힘입어 이번 주 20일까지 치른 4경기에서 3승 1패를 기록했다. 하이라이트는 19일 청주 한화전이었다. 2-1 한 점 차로 앞서있던 연장 10회말 2사 2루에서 강동우의 좌전안타에 좌익수 양영동이 정확한 홈송구를 구사해 2루 주자 하주석의 홈태그를 유도했다. LG는 이 수비 하나로 마무리 투수 레다메스 리즈를 블론세이브 위기에서 건져냈고 주중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20일 잠실 SK전은 수비 대결에서 LG가 승리했기에 뜻 깊었다. SK가 1루수 이호준과 유격수로 나선 최정의 실책성 수비에 울었다면 LG는 유격수 오지환의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와 양영동의 라인드라이브성 타구 캐치로 리드를 지키며 웃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어느 팀보다 탄탄한 수비를 자랑하는 SK를 상대로 LG가 더 나은 수비를 펼쳐 승리했다는 것은 좀처럼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시즌 LG의 실책수는 97개로 8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많았다. 게다가 결승점으로 연결된 실책은 16개로 가장 많았고 경기 후반 접전에서 나온 실책도 25개나 됐다. 수비 실책으로 팀 전체가 무너지고 자멸하는 모습은 LG 경기에서 어렵지 않게 나오는 장면이었다.
올 시즌 LG의 캐치프레이즈는 ‘미리 먼저 생각하고, 일찍 앞서 준비해, 제대로 실행하자’다. LG는 오키나와 전지훈련부터 캐치프레이즈에 맞는 야구를 하기 위해 부단히 준비했다. 수비 훈련시 결정적 상황을 설정하고 주자조와 수비조로 팀을 나누어 경쟁시켰다.
예를 들면 주자를 1루에 놓고 히트앤드런이 걸렸다고 가정, 타구를 외야 깊숙한 곳에 날린다. 주자조 선수들은 전력을 다해 1루에서 홈까지 뛰었고 수비조는 주자를 홈에서 잡기 위해 강하고 정확한 송구와 빠른 릴레이플레이에 집중했다. 19일 한화전 양영동의 송구는 전지훈련 기간 매일 오전마다 임했던 외야 릴레이 플레이 연습에서 나온 것이다.
오지환과 서동욱의 향상된 수비 역시 오키나와 지옥훈련에서 비롯됐다. 유지현 수비코치는 내야수비 연습장에서 둘을 상대로 1000개의 타구를 처리하도록 했다. 타구를 보내기 전에 항상 상황을 설정했고 오지환과 서동욱이 상황에 맞게 타구를 처리하지 않았거나 포구나 송구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이면 타구를 처리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 혹독한 훈련이지만 유 코치는 선수들의 웃음을 유도하도록 재미있는 이야기를 곁들이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전지훈련 기간 동안 유 코치는 “선수들에게 힘든 훈련을 시키더라도 웃음을 잃지 않게 하고 싶다. 힘들어도 웃으면 힘이 나고 긍정적으로 마음이 변한다”며 “올 시즌은 포지션 전문화를 생각하고 있다. 작년처럼 많은 선수들에게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도록 하는 게 아닌 한 포지션에 전문적으로 전념하도록 유도 중이다. 물론 멀티포지션을 소화해야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최대한 낯선 포지션에 대한 부담은 주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 겨우 11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 일단 지금까지 LG는 오키나와에서 흘린 땅방울의 보상을 제대로 받고 있다. 올 시즌 LG의 종착역이 몇 번째 순위일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안정된 수비로 지난 몇 년 보다는 오랫동안 페넌트레이스 경쟁에 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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